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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으로 'GWP' 선진국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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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몇 년간 국적 불명의 ‘웰빙’ 열풍이 몰아치면서 사람들은 소위 ‘잘 먹고 잘살기’를 삶의 목표로 삼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종 건강식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헬스클럽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웰빙 바람은 원래 의미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웰빙(well-being)’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삶의 유형 또는 문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식의 ‘웰빙’은 단지 식단을 유기농으로 바꾸고 헬스클럽에서 땀 흘려 운동하는 것처럼 너무 육체적인 건강 챙기기에 편중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웰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정신적인 웰빙의 기본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에서 시작된다. 자아성찰을 조금 발전시키면 남의 입장에서 자신을 볼 줄 아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에 인도주의적 개념을 더한다면 자신을 초월해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픔을 함께하고 나누는 마음이 될 것이다.

함께 기뻐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함께 슬퍼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진정한 친구란 기쁠 때 함께 있는 친구가 아니라 슬플 때 함께 있는 친구라 하지 않았는가.

일상생활에서 주위의 어려움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사랑의 나눔’을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받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주는 것은 손해본다고 생각한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는 것은 ‘사랑’을 생각해 보면 된다. 유치한 수준의 사랑은 받기만 하려고 하지만 높은 수준의 사랑은 주는 사랑이다. 받는 사랑은 받는 순간만 효력이 있다가 곧 사라지지만 주는 사랑은 오랜 시간 지속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숭고한 이유는 받는 사랑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눔’은 개인을 건강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스럽게 하고, 생명을 풍요롭게 한다. 나눔의 덕목은 개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기업·국가· 민족에도 중요한 부분이 됐다. 최근 기업의 경영 전략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나누는 것’이 곧 ‘새로운 투자’라는 것을 우리 기업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적절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이고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제는 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은 일의 성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헌 등 ‘나눔의 능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이제 선진국의 기준이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국내총웰빙생산(GWP·Gross well-being Product)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도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웰빙의 순수한 우리말은 ‘참살이’라고 한다. 올 한 해 우리 모두 나눔을 통해 진정한 웰빙, ‘참살이’를 한번 실천해 보자.

이세웅 대한적십자사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