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경수로 2차회담 전망-北 眞意파악이 선결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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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를린에서 12일 재개된 北-美경수로 전문가회의는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우선 회담의 전망은 밝지 않다.북한이 지난달 회담에서 제시한대안에 대해 韓.美.日 3국이 한국형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최종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북한이 北-美 제네바 합의파기라는 위험을 무릅쓸 조짐도 보이고 있지 않다.
우선 북한측 대표 김정우(金正宇)는 지난번 회담과 달리 이례적으로 침묵을 견지하고 있다.美국무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이 원전을 재가동하리라는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있다 말하고 있다.
또 한때 경수로 체결시한(데드라인)으로 고집해 왔던 4월 21일에 대해서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美측은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을 선결과제로 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거부하는 것이 협상과정에서 더 얻어내려는 전술적 차원인지,아니면 아예 경수로 자체보다는 北-美간 직접협상을 통해 상황을 뒤집으려는 전략적 차원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입장이 전술적이라면 협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그러나 북한이 경수로에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다면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이 11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언급한「경수로 특구」는 이같은 맥락속에서 주목받고 있다.전술적 차원에서 원전건설 지역을 차단시키면 체제위험부담이 없는데 굳이 한국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관심이 없지않느냐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일단 실무급에 서는 성과없이 종료될 것이확실시된다.
대신 북한은 美측과의 고위급 정치협상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위 협상을 통해 북한이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北-美간 평화협정 체결에도 소득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달은 일단 교착상태로 넘어가면서 5월들어 본격적인 절충과 공방전이 벌어질 조짐이다.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이때부터 경수로협정 체결주체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의 대면도 가능해지리란 전망이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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