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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일본 은행 ‘친환경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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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 일본 도쿄 북부 지바현에 살고 있는 회사원 엔도 다카시(55)는 대출 상담을 받다가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은행에서 태양열 등을 이용한 ‘에코(환경) 주택’ 건설을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이산화탄소(CO2) 배출권을 구입해주는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출자는 반대급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는 이 상품이 출시되면 즉시 대출을 받기로 했다. 엔도는 “평소 희망하던 에코주택을 짓는 것은 물론 덤으로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 일본에서는 여행 상품을 구입할 때 자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함께 구입하는 상품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들이 여행 경비에 1~2% 더 부담해 모은 돈으로 CO2 배출을 삭감할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구조다. 사들인 배출권만큼 국내에서는 의무 삭감량을 상쇄할 수 있다. 이 같은 ‘카본 오프셋’을 이용해 CO2 삭감에 기여하는 은행도 일본에서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홍보 효과가 높은 시중은행들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잇따라 앞장서고 있다. 하루에 수백만 명의 고객이 찾는 업종의 특성을 살려 최대한 많은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은 대출받으면 CO2 배출권을 해외에서 사주는 대출 상품을 개발했다. 교토의정서에서 개인이 감축한 온실가스를 인정해 주지 않아 개인 감축분만큼 해외에서 사는 것이다. 대상은 태양열 난방이나 단열 효과가 높은 건축자재 등을 사용한 에코주택 대출자들이다. 첫 상품은 올 4~9월 에코주택 대출을 받는 1000명으로부터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이들에게 하루 1㎏씩 전기와 가스 절약 등으로 CO2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고, 은행이 이들을 대신해 비용을 지불해 CO2 배출권 1000t을 구입해온다. 가구당 평균 연 1t의 삭감 효과를 기대한 분량이다. 이 배출권은 전량 정부에 제공할 예정이다.

미쓰이스미토모와 함께 일본 시중은행의 쌍두마차인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UFJ은행은 카본 오프셋을 통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동참키로 했다. 이번에 카본 오프셋으로 사들이는 배출권은 모두 5만5000t으로 이 은행 도쿄 본점이 배출하는 CO2 5년분에 달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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