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장관 후보 15명 발표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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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13명의 새 정부 초대 장관과 2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며 “현행법에 의해서라도 국무위원을 발표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는 군살을 빼야 한다”며 18부4처의 기존 정부조직에서 13부2처로의 조직 개편 당위성을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15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자들을 직접 발표, 소개했다.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되길 기대했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까지 오고 말았다”며 “더 이상 미룰 경우 엄청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어 후보자들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인수위가 확정한 ‘13부2처’의 새 정부 직제가 아닌 현행법상의 정부 부처 조직에 따라 13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무임소 국무위원 후보자 2명을 발표했다. 인수위가 마련한 새 정부 직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인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의 경우 현재의 정부 조직에 따라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로 발표되는 식이었다.

이 당선인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 시작하는 게 원칙이지만 국회의 뜻을 존중해 어쩔 수 없이 현행법에 의해 국무위원을 발표하고 정부 출범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날 오후 늦게 예정됐던 양당 원내대표 간 접촉을 앞두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장관 후보자 발표를 예고했고, 이 당선인이 강행했다는 점 때문에 통합민주당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협상 결렬을 유도한 이 당선인은 포용력이 없는 대통령”이라며 “국회 협상을 깨도록 만든 것은 정당정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이 당선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도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조각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오만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칼만 들지 않았지 쿠데타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19일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당선인의 장관 후보자 발표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불과 엿새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당초 교육과학부(기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대신 김도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이날 후보자로 발표됐다. 무임소 국무위원 두 자리엔 남주홍 경기대 교수와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가 내정됐다. 남 교수는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 따라 존치될 가능성이 있는 통일부 장관직을, 이 부총재는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염두에 둔 인사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 내정된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은 국가정보원장 인선에 대해 “(대통령) 취임 직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방송통신위원장과 금융위원장 등에 대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발표하지 못한다”며 “대신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전 발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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