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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에 브라질 영화 ‘엘리트 스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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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화 ‘엘리트 스쿼드’로 황금곰상을 받은 브라질 신예 감독 조제 파딜랴. [베를린=AFP연합뉴스]

역시나 베를린 영화제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의 손을 들어주었다. 16일(현지시간) 열린 제58회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영예인 황금곰상은 브라질의 신예 감독 조제 파딜랴가 연출한 ‘엘리트 스쿼드’(The Elite Squad)에 돌아갔다. 2등격인 심사위원 대상은 다큐멘터리의 거장 에롤 모리스 감독의 ‘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가 차지했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은 상을 받지 못했다.

1997년 교황의 브라질 방문을 앞두고 경찰특공대가 대대적인 마약사범 단속을 벌인 일을 소재로 한 ‘엘리트 스쿼드’는 경찰 내부의 부패와 폭력성을 강도높게 표현한 논쟁적인 영화다. 파딜랴 감독은 “이 상은 브라질 영화가 받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도록 용기를 줄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브라질 영화는 98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중앙역’이후 10년만에 다시 황금곰상을 품에 안았다.

심사위원대상작 ‘S.O.P’ 역시 논쟁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이다. 이라크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수감자 학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모리스 감독은 2년여의 노력 끝에 당시 학대행위에 참여했던 미군병사들을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상결과는 전통적으로 묵직한 이야기를 선호해온 베를린영화제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심사위원장은 ‘Z’‘계엄령’등 현실참여적 영화로 이름난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가 맡았다.

감독상은 미국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에게 돌아갔다. 20세기 초 석유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이권다툼과 비열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음악을 담당한 영국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상도 받아, 올 영화제의 유일한 2관왕이 됐다. 2000년 ‘매그놀리아’로 이미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는 앤더슨 감독은 “어떤 감독이라도 좋은 감독이 되게 하는 뛰어난 배우”라며 주연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공을 돌렸다. 이 영화는 오는 24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에도 작품·감독·남우주연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남우주연상은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영화 ‘참새의 노래’에서 타조농장을 경영하다 도시에서 실직자가 된 중년 가장을 연기한 중견배우 레자 나지에가, 여우주연상은 영국 마이크 리 감독의 영화 ‘해피 고 럭키’에서 교사로 열연한 샐리 호킨스가 받았다. 각본상은 중국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인 러브 위 트러스트’에 돌아갔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받았던 알프레드 바우어 상은 멕시코 감독 페르난도 엠피케의 ‘레이크 타호’가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 창시자의 이름을 기려, 혁신적인 영화에 주는 상이다. 신인감독의 첫 장편영화에 주는 상은 일본 쿠마사가 이주르 감독의 ‘공원과 러브호텔’이 받았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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