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영어 공교육 밀어붙일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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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08면

어윤대(63) 교육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여러 모로 이명박 당선인과 닮은꼴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CEO’ ‘불도저’ 등 별명도 비슷하다. 이런 배경으로 경선 때부터 이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교육계에서는 이 당선인이 교육정책의 개혁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장관을 필요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 총장 재직 시 교내 강의의 35%를 영어 강의로 바꾸는 등 영어를 생존의 도구로 보는 어 내정자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추진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교육에서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것도 이 당선인의 생각과 일치한다. 어 내정자는 평소 3불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쳐 왔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금지 정책에 대해 “자기 학교 학생을 뽑는 것은 자율로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내놓아도 2~3년 지나면 단점이 노출된다”며 “알렉산더 대왕이 얽힌 실타래를 단칼에 끊었듯 대학이 알아서 뽑도록 넘기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총장 시절 권한을 움켜쥐고 있기보다 학장에게 많이 위임하는 스타일이었다. 대입 정책을 ‘대교협’에 위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새 정부 교육공약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주호(47)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와의 관계다. 어 내정자가 청와대와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인수위의 한 자문교수는 “이 수석이 만든 교육 로드맵이 너무 확정적이어서 어 내정자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초·중등 교육정책 분야는 어 내정자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고교 다양화 300개 프로젝트’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 내정자는 경제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아왔다.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기업경영연구소 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말 고등교육 예산 1조원이 배분된 만큼 경제 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고등교육 지원, 고급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 내정자는 평소 “보호의 틀 안에 안주했던 대학에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교육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터다.
그러나 교육정책 부문에서 일한 경력은 2004~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게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교육 전문가들은 “실용주의나 성과중심주의에 빠져 장기적 차원의 정책을 소홀히 할 우려도 있다”고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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