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서울예술단 수석단원 남수정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말이 필요없는 세계가 바로 춤의 세계지요.몸짓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표현 수단인만큼 전달이 빠르고 감동도 크죠.』 춤만이 갖는 「침묵의 세계」가 좋아 춤꾼의 길을 택한 서울예술단 수석단원 남수정(南秀晶.30)씨.『춤을 추는 동안 마치 우주공간을 혼자 떠돌아다니는 느낌』이라는 그녀는 벌써 춤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명무(名舞)에로의 길」에 들어선지 벌써 26년째다.4세때 모친의 손에 끌려 한국무용에 발을 디딘 그녀는예원학교-서울예고-이화여대와 대학원을 거쳐 86년 서울예술단 창단멤버로 입단한 이래 줄곧 직업무용수의 길을 걸었다.
『시련이 왜 없었겠어요.엄한 아버지의 반대가 하도 심해 예원학교 입학때는 어머니와 몰래 집을 나와 시험을 치렀지요.대학교때는 등록금도 대주지 않겠다고 해 마음고생도 컸어요.』 하지만그녀는 오직 열심히 연습함으로써 시련을 이겨냈다.돈이 많이 드는 콩쿠르.개인레슨에는 참가하지 않고 기량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그 결과 지금은 45명의 무용단원을 이끄는 주역 무용수로서 서울예술단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그가 받는 보수는 연봉 1천8백만원.무용수들은 연말 오디션 성적과 근태상황.기여도 등을 고려,해마다 연봉계약을 하는데 10등급으로나누어진다고 한다.
예술의전당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무용수들의 훈련모습은 진지하고 강도높은 것이었다.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1주일 단위로 짜여진 연습스케줄에 따라 빈틈없이 움직인다.
그나마 공연시작 한달전부터는 휴일도 없이 오후10시까지 연습한다.화려한 무대 아래서 흘리는 땀은 운동선수 못지 않았다.체력을 위해 1주일에 한번은 꼭 고기를 먹고,체중관리를 위해 사우나도 한다.현대무용에 비해 관절 부상의 우려는 적지만 비오는날이면 근육통에 시달리는 「직업병」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전쟁시대 「전통문화 수출」 첨병으로서의 긍지는 대단하다.점프에만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물흐르듯 부드러운 우리 춤은 감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올 한해만도 ▲스페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개관 기념공연▲미국워싱턴 한국전참전 기념비제막 공연▲중국 톈진 공연등에 참가한다.
글 李順男기자.사진 吳東明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