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고객정보 유출'로 곤경

중앙일보

입력

IT버블 붕괴의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던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47.일본명 손마사요시) 사장이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월 말, 45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 데이터 유출 사건에 휘말렸다. 지난 1월 말 한 사나이가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야후BB'의 고객정보 130명분을 프린트한 종이를 들고 나타나 "이 외에도 몇 백만건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수십억엔의 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나이가 전혀 다른 고객정보를 들고 와 금품을 요구한 사건도 일어났다. 유출된 고객정보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으로, 크레디트 카드 번호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양한 루트로 정보가 빠져나간 만큼 쉽사리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손 사장은 지난 주말 정보유출 피해자와 소프트뱅크 회원 전원에게 1인당 500엔어치의 상품권을 보내고, 자기자신의 월급을 6개월간 5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도대체 몇 군데에나 고객정보가 유출됐는지, 유출경로는 어떤 것이었는지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불명확하다.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손 사장은 오랜만에 환한 얼굴이었다. 오랜 슬럼프를 지나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본격 회복될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로 유명해진 손 사장은 한때 전세계 부자 랭킹 8위로 랭크되고,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꼽혔지만, 2001년 이후 전 세계 IT버블이 꺼져내리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본업인 고속인터넷 사업에 전력하기 위해 집중투자에 나서 호전기미가 보였다. 손 사장의 야후 BB는 거리 곳곳에 마이크를 든 가두판매원을 내세워 몇 개월간 무료가입을 선전하는 초공격형 영업전략을 폈다. 경쟁기업들은 무한 출혈경쟁을 리드하는 소프트뱅크의 고속인터넷 사업을 '파산형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야유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손 사장의 공격전략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2002년 소프트뱅크는 900억엔이 넘는 최악의 영업적자를 봤지만, 2003년 4월부터 영업이익이 급호전, 올해 중에는 흑자전환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손 사장은 2월 중순 결산발표에서 "2005년 9월까지 600만회원을 모아 연 1200억엔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고 호언했다.

고객 전원에게 500엔어치 상품권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우송료를 포함해 약 40억엔. 이 외에도 고객에게 잃은 신뢰는 크다. 일본언론들은 소프트뱅크가 3개월 정도는 이전의 기세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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