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쌀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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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서로의 일 때문에 서울과 경북 경산시 하양에서 따로따로 살고 있는 주말 부부예요. 지난해 초, 첫딸을 출산한 뒤 짧은 육아 휴직 기간 동안만이라도 세 식구가 오붓하게 같이 지내고 싶었지요. 저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남편이 있는 하양으로 내려갔답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참 행복했는데, 당시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한다는 부담감에 너무 힘들어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출근하면서 오늘 저녁은 준비하지 말고 쉬고 있으라는 게 아니겠어요? 자신이 직접 장을 봐 저녁을 차려 주겠다는 거예요. 평소 워낙 무뚝뚝한 남편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마냥 즐거웠어요.

퇴근하는 남편 손에는 묵직한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지요. 아이 보느라 지쳐 있던 저는 도와줄 생각은커녕 ‘이크, 저 많은 재료로 도대체 뭘 만들려고…. 나중에 음식쓰레기는 어떻게 치우나’하는 걱정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집안일 서툰 남편이 불안하기만 해 부엌으로 가 보니…. 웬걸요! 수유할 때 먹으면 좋다는 육수에 말아 낸 쌀국수 두 그릇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날 받았던 저녁상은 평생 먹어 본 어떤 저녁보다 근사했어요. “남편! 사랑해~ 그날 저녁식사, 아직도 잊지 않고 있어! 언제 한번 더 만들어주면 안 될까?”

(이인호·30·서울 강남구 청담동)

■ 재료=소고기(양지머리) 300g, 대파 1/2대, 통마늘 5개, 양파 1개, 월계수잎 1장, 국간장, 소금, 쌀국수, 숙주, 레몬, 청양고추(베트남고추), 단초물(소금, 설탕, 식초)

■ 만드는 법=소고기·대파·통마늘·양파(1/2개), 월계수 잎을 넣고 육수를 내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쌀국수는 30분 정도 찬물에 불린 뒤 육수에 넣고 2~3분 삶는다. 남은 양파(1/2개)를 채를 쳐 소금·설탕·식초로 만든 단초물을 뿌린다. 소고기는 건져 얇게 저며 썰고 숙주와 레몬은 손질해 놓는다. 그릇에 쌀국수와 숙주·양파·소고기를 얹은 뒤 육수를 붓고, 기호에 따라 매운 고추를 넣어 먹는다.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최고의 분식 요리’입니다. 맛있는 요리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가장 뛰어난 내용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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