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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한마디] 김진형 삼성투신운용 상품개발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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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사람 많이 다니는 큰길에 예쁜 꽃이 남아나는 것 보셨습니까.”

삼성투신운용 김진형(사진) 상품개발팀장은 ‘뒷길론’의 신봉자다. 그는 “꽃은 남들이 다니지 않는 뒷길에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투자처에 덩달아 따라나서 봐야 큰 수확을 거두기 힘들다는 얘기다. 돈이 ‘몰린’ 곳이야말로 ‘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했다.

그는 올해 들어 원금을 왕창 까먹어 투자자들을 애태우고 있는 중국 펀드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누구나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대박이 날 것으로 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 팀장은 “중국 펀드로 돈을 번 사람은 비교적 관심이 덜했던 2006년이나 지난해 초에 가입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돈이 몰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에 대해서도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그가 주목하는 ‘뒷길’은 어딜까. 김 팀장은 “이런 말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 받겠지만…”이라며 잠시 망설인 끝에 일본 리츠(부동산)와 글로벌 투자은행(IB)에 투자하는 펀드를 꼽았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리츠 지수는 지난해 5월 말의 고점에 비해 40%가량 빠졌다. 미국·유럽계 IB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언뜻 듣기엔 진짜 정신 나간 얘기 같다.

“지금 당장 투자하란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관심을 갖고 투자 적기를 지켜보란 거죠.”

그는 세계적으로 금리가 계속 떨어질 경우 리츠가 상대적으로 매력 있는 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료는 대부분 연간 단위로 장기계약을 하기 때문에 오늘 금리가 떨어진다고 내일 당장 임대수익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리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에서 한발 비켜서 있어 더 지켜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IB들도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기 때문에 한 번은 반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를 떠올려보면 오히려 망해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은행이 나오기 시작할 때가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체력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도 덩달아 주가가 떨어졌던 곳이 어디인지 드러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당장 투자할 것도 아닌데 꾸준히 관심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팀장은 “투자하려는 전체 금액 중 아주 일부만 미리 넣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일단 내 돈이 들어가면 관심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손해볼 경우 그게 1만원이든, 10만원이든 눈에 불을 켜게 되는 게 사람 심리”라고 말했다. 시장을 열심히 지켜보고 남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사람이 성공하게 돼 있다는 얘기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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