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실'로 탈바꿈한 서울 지하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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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약 6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서울 시민이 모두 몰려나온 것처럼 온통 발 디딜 틈이 없다. 승강장에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줄 속의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밀고 당기며 열차에서 타고 내린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 지하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알고 보면 지하철은 또 하나의 ‘음악 감상실’이다.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에선 차임벨과 새소리가, 종착역에서는 보케리니의 ‘미뉴에트’가 흘러 나온다. 1호선 일부와 3,4호선 일부, 분당선에도 음악이 흐른다. 출발역에선 제임스 라스트 악단이 연주하는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Mattinataㆍ아침의 노래)’가, 환승역에선 모차르트의 K525 ‘세레나데’ 3악장이, 종착역에선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17번 K.129 1악장이 무심코 역을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지하철 5∼8호선은 출발역에선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제1악장이, 환승역에선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3의 12 중 제6곡, 종착역에서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제3악장이 사람들에게 활기를 심어준다.

지하철 열차 안은 물론이고 플랫폼이나 개찰구에서도 음악이 흐른다. 수도권 지하철역 가운데 하루 평균 이용객이 가장 많다는 강남역. 강남역의 승강장에서는 아침, 오후, 저녁 2시간씩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온다. 아침에는 머리를 좋게 하는 상쾌한 음악이, 오후에는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이 승객들을 반긴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늑한 음악이 피로에 지친 시민들의 심신을 어루만진다.

강남역의 경우 지하철역 구내 화장실에서도 음악이 흘러 나온다. 지하철 운행 시간 내내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다. 역무실에서 직접 고른 음악을 선정하고 내보낸다. 강남역을 자주 이용하는 김민정(23)씨는 “보통 지하철역 화장실은 지저분하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그런데 이 곳의 화장실은 편안한 휴식처 같아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 4호선 삼각지역과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수색역 화장실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김홍용 강남역장은 “지하철은 대중 교통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과 함께하는 활력을 얻는 편안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많은 사람들. 지하철에서 흐르는 음악에 귀기울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송유진 대학생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영상ㆍ경영학과 3년)
손준영 대학생 인턴기자(가톨릭대 국제학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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