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호證 병원.약국서 門前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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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의료보호2종 대상자인 장애인 文모(서울동대문구이문동.43)씨는 최근 감기를 심하게 앓는 아들(8)을 동네병원에 데리고 갔다.그러나 의료보호환자를 취급하지 않는다며「문전박대」하는 바람에 다섯군데 의원을 2시간여 헤맨 끝에야 겨우 진 료를 받았다. 그가 의료보호 지정병원을 안내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전화를 건 것은 지난24일 오후3시30분쯤.동사무소 직원은 S의원.S내과등 동네병원(1차기관)몇군데를 소개해줬다.
그러나 이들 동네병원은 안내와 달리 모두 의료보호환자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文씨는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또다른 S의원에서 겨우 뜻을 이뤘다.93년 외국취업중 사고로 온몸을 다쳐 장애인이 된 文씨는『내 몸은 아프고,받아주는데는 없고,아이는 연신 콜록대고,미칠것 같았다』고 했다. 文씨는『생계를 꾸리고 있는 아내(44)가 며칠전 감기약을지을 때도 몇군데 약국을 돌다 J약국에서 약을 지었다.그러나 의료보호도 안되고 의료보험환자도 아니라며 2천5백원을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28일오후 서울 S병원.
의료보험환자와 의료보호환자의 접수창구가 다르다.의료보호증을 들고 창구에 대기중인 金모(69.서울도봉구)씨는『늙어서까지 신분이 다른「증」을 들고 있으려니 창피한 생각이 든다』고 자괴의표정을 지었다.
의료보호제도는 생활보호대상자.국가유공자등 2백14만명에게 혜택을 주는 공적부조로 1.2종으로 나눠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서무료 또는 1회 1천원정도의 값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병.의원의 환자기피와 지정기관이 태부족이어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특히 2종의 경우 4월부터 병원.약국을 이용할때 내는 의료보호료가 1천원에서 1천5백원으로 50%나 대폭 오르나 개선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보험지정 병-의원과 한방.치과병-의원은 모두 2만7천2백96곳이나 이가운데 6천32곳이 의료보호 지정을 기피하고 있다.전국 2만1백여곳 약국은 아예 의료보호를 취급도 않는다.
병-의원이 의료보호 지정을 기피하는 것은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보호예산이 수개월씩 밀리기 때문이다.의료보호 미지급분은 92년말 4백7억원,93년말 5백49억원,94년말 5백42억원등.
복지부 연금보험국 이순철(李淳哲)사무관은『3월28일 현재까지밀린 의료보호예산 9백74억원을 시.도에 배정했다』며『지자체가지방비로 20%를 부담해야 하므로 다소 늦어질 수 있으나 대부분 곧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남훈(趙南勳)박사는『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있는게 현실인만큼 의료보호예산의 제때 지급,의료보험과의 통합운영등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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