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백과>환자의 인내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대소완급(大小緩急)을 가릴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한다.
즉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릴줄 알아야하고,급한 것과 덜 급한 것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능력을갖추는 것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도 중요하다 .
예를 들어 환자의 전신이 마비돼 가는데 피부의 작은 상처에 매달려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문제는 마비돼가는 환자를구하기 위해선 피부의 작은 상처를 먼저 보살펴주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의사가 판단하는 대소완 급과 환자가 생각하는 대소완급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그럴 때는 의사의 판단을 믿고 좀 기다려 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열이 많이 나는데도 해열제를 줄 생각은 안하고 피검사만 하고있거나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지는않고 경과만 보고 있을 때 환자의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열.복통과 같은 여러가지 증상은 환자에게 질병이 생겼음을 알려주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질병이 어떤 경과를 밟고 있는지를 의사와 환자에게 알려주는 고마운 측면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열이 있 다고 해서 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전에 우선 해열제.항생제를 써버리고 복통이 있다고 해서 진통제를 투여해버리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병을 더 키울 가능성이 많아진다.
즉 맹장염 환자에게 진통제를 잘못 쓰면 복막염으로 커질 가능성이 많아지고,세균성 심내막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성급히 써버리면 원인균을 알아낼 수 없어 경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 장티푸스 환자에게 진단도 내려지기 전에 해열제를 써버리면 진단이 늦어지고 경과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무심히 먹은약이 자신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주사 한 대만 꾹 놔주면 될텐데 쓸데없이 피검사를 하고 사진도 찍고 하더니 결국 알약 몇 알만 주고말더라』『배가 아파 죽겠는데 아픈 배를 더 아프게 만져보기만 하면서 검사만 하고 있더라』고 불만스러워 하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의사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의사의 책임이겠지만 그러한 검사과정이 필요하다고 의사가 설명하면 증상이 고통스럽더라도 때로는 좀 기다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