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韓炳勳이 공개한 참회록-北의 통일전략은 시대착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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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북한으로 서강대 박홍(朴弘)총장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고백한 자수간첩 한병훈(32)씨가 23일 기자회견에 앞서 中央日報에 「참회의 글」을 공개했다.다음은 요지.
[편집자註] 저는 그동안 이북의 정통성과 김일성주도하의 통일전략에 나서 우리 민족의 통일운동을 해왔습니다.그러나 역사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명백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아직도 사회주의에 대한 동경과 주체사상에 대한 맹신,이북에 대한 단면적이고편협한 시각에서 무분별하게 통일.민주.노동운동에 빠져있는 우리사회의 지식인과 청년학생,노동자들에게 냉정하게 북한을 바라보며이해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이상 북한과의 관계정리에 망설이지 말고 자수,깨끗이 정리하고 새로운 통일운동을 하자고 호소합니다.
저는 함북 종성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한창동씨의 2남3녀중막내로 태어났습니다.저는 부친의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를 당해 살고있던 집에서 쫓겨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의 불의에 눈을 떴습니다.
고2때 경찰서.법원을 쫓아다니며 청와대.법무부.경찰청으로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의 불의에 맞서기로 하고 동시에 기독교에 귀의했습니다. 81년 부산 고신대에 입학한 저는 보수신학과 사회참여에대한 갈등으로 2학년때 1년간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부산 美문화원 방화사건이 터지고 이를 계기로 순교자 최기철목사님의 평양 산정현교회의 후신인 부산 산정현교회에 들어가인권운동에 참여했습니다.여기서 함석헌 선생님,김동길 교수님등 재야인사를 만나 의식의 변혁을 느끼며 도시산업선 교회,기독교청년단체(장청)등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83년 2학년으로 복학,의식화서클을 조직해 교내학생운동을 주도하다 85년4월19일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평소 이데올로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있던 대학은사이신 故김권호교수님의 권유와 신원.재정보증으로 현 집권당인 기민당을 중심으로 기독교정당을 공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학생활 3년이 지나면서 87년말 마르크스주의자가 됐으며 쾰른대학에서 헤겔철학을 공부하던 김용무선생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언제나 마음속의 고향이던 북한도 이제 아주 가까이 있는 나라로다가왔습니다.
88년 3월 김용무선생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북한공작원을 통해 올림픽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 평양으로 가 8주간 머물렀습니다.
89년 11월 국내에 들어와 운동권 친구들을 만나 동향파악과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2월 독일로 돌아가 바로 평양으로 가 국내활동을 보고했습니다. 그후 사회주의의 붕괴에 주체사상의 통일방법과 수령론에회의를 갖게 됐습니다.그래서 90년8월경 쾰른에서 만난 서강대박홍총장께 방북사실을 털어놓게 됐습니다.
92년3월 평양을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국내에 들어가 지하당사업을 하며 정착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저는 88년부터 94년까지 약7년간 북한과의 연계속에서 과연무엇이 통일이며 어떻게 하는것이 진정한 통일인가를 기나긴 고통속에서 배우게 됐습니다.결론은 북한의 통일방식이 시대착오적이며틀렸다는 것입니다.
이제 나라에서 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와 내일을 향한 낙관적희망을 갖게 해주신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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