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옵셔널벤처 소액주주들에게 665억원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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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이 4일(현지시간) 김경준(42·구속 기소·사진)씨와 부인 이보라, 누나 에리카 김씨에게 665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김씨의 횡령 및 주가조작 피해를 본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소액주주들이 2004년 6월 제기한 소송에서다.

LA연방지법 배심원단은 김씨 가족들이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대표와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유령업체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인정해 빼돌린 회사자금 371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또 김씨 측이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하고, 증거를 은닉했다며 징벌적 배상금 3100만 달러(약 294억5000만원)를 추가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의도적인 허위진술에 의한 사기(fraud by intentional misrepresentation)’와 ‘은닉에 의한 사기(fraud by concealment)’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연방법원은 김씨 측이 2005년 “이명박 당선인이 회사를 공동 운영한 책임이 있다”며 낸 ‘제3의 피고’ 신청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원고·피고 측이 ‘이 당선인을 제외하자’고 합의함에 따라 기각했다.

소액주주 측 메리 리(48) 변호사는 “김씨 측이 증인들에 대해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소송이 힘들었다”며 “공정한 판결을 해준 미국 사법 시스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씨 측은 평결 직후 “지난해 3월 ㈜다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는 665억원에 달하는 배상 금액을 법원에 공탁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소액주주 측 변호인단은 동결된 3000만 달러 규모의 김씨 재산에 대한 회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미국 연방검찰은 김씨와 에리카 김 명의의 LA 베벌리힐스 저택 2채와 자동차, 스위스은행 계좌 예금 1500만 달러 등을 동결한 상태다.

김씨에 대해 횡령 및 사기혐의를 인정한 미국 법원의 평결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특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5일 “이번 판결이 특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료를 받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BBK 의혹과 관련해 이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인 김백준(68) 청와대 총무비서관 내정자를 불러 조사했다.

정효식 기자, LA지사=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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