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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T 예비시험장에서 만난 사람

중앙일보

입력

법조인의 새 등용문 로스쿨.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사연을 안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리미엄이 그 중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감자들에게 '희망'…따뜻한 변호사될 터"


이 재 열 (38·전직 영어강사)

“저는 전과자인데… 어제부로 사회봉사명령을 마치고, 시험보러 왔습니다.”
LEET(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이 치러진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양공고 앞. 시험을 끝낸 예비수험생 중 유난히 힘든 기색의 이재열(38)씨에게 말을 건넸다.

6시간이 넘는 시험에 지쳐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이씨는 지난해 11월, 폭력사건에 연루돼 40여 일간 교도소에 수감됐었단다.
“2평짜리 방에서 7~8명의 수감자들이 칼잠을 잡니다. 갖가지 죄목으로 모였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하나같이 사람을 그리워하죠. 또, 수백만원씩 들여 변호사를 구하지만 재판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변호사 얼굴조차 못 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씨도 수감돼 있는동안 500만원의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그 역시 교도소에서 나오는 날까지 변호사와 접견한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가 피고를 자주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감자들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의 ‘희망’이 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수감생활 동안 무기력한 자신의 처지에 뼈저린 절망을 느꼈다는 이씨는, 천직으로 여기던 영어강사직을 그만 두고 로스쿨 입학을 결심했다. 철창에 갇힌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의지 때문.

자신의 체험이 사무쳤던 까닭일까. 사람을 그리워하는 수감자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는’ 변호사, ‘수감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주는 따뜻한’ 변호사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이씨는 “교도소에 있었던 탓에 지금까지는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로스쿨 시험에 집중해서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스터디그룹 만들어 본격 도전 하겠다"


김 경 남 (22·강원대 법학과 3)

“추리논증 문제 푸는 데 시간이 부족했어요.”
김경남(22·강원대 법학과 3학년)씨는 당일 새벽 강릉에서 올라와 시험을 보느라 피곤이 겹친 얼굴이다. 그래도 로스쿨 문턱까지 온 것 같아 뿌듯했다.
김씨는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검사의 꿈을 키웠다. 일찌감치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집과 가까운 춘천의 강원대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었다.
경희대·건국대 법학과에도 예비 합격했지만, 앞으로 지역균형을 고려해 지방국립대인 강원대가 로스쿨 인가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졸업반이 되는 그는 주위에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로스쿨로 방향을 잡은지 오래다. 그는 사법고시보다 리트의 문제 유형과 로스쿨 전형 방식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학점을 잘 관리해 놓은 것도 큰 이점이다.
그는 이번 예비시험을 위해 한 달여 동안 준비했다. 김씨는 “인근에 전문학원이 없어 인터넷 강의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서울대 로스쿨 입시연구회’ 등 인터넷카페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카페 자료 중 언어이해 과목에 출제될 만한 지문을 찾아 읽었다.
특히 철학 등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분야의 글을 읽으려 노력했다. 일본·미국 법학적성검사 시험의 기출문제가 번역돼 올라온 것도 풀어봤다.

김씨는 "8월에 실시될 리트시험 준비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방학 동안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 개강하면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과목의 인터넷강의를 꾸준히 수강할 계획이다.
각자 집으로 흩어졌던 로스쿨 준비 동료들이 학교로 돌아오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그는 “검사가 되어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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