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여론조사 결과분석-환경 위험수위 국민적공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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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세기는 분명히 세가지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지역이기주의를 떠난 지구공동체 의식이다.
둘째는 개체중심의 자율주의 의식이다.
셋째는 정보와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활필수품으로 취급받는 정보사회의 인식이다.
우리의 의식수준은 이러한 대전환의 요구에 발맞추어 가고 있는가. 20세 이상 일반국민과 각 분야의 여론선도층을 대상으로 그 인식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 결과 환경문제를 일반국민과 여론선도층 모두 가장 심각하게우려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문젯거리로 일반국민이 물가(27.8%).교통(23.8%).환경(23.5%)을 꼽은 반면 여론 선도층은 의식개혁(39.5%).환경(18.0%).통일(17.3%)을 가장 크게꼽았다. 특히 여론선도층은 세계적인 문제로 지구 환경문제(73.5%)를 압도적으로 많이 지적했다.
심지어 우리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두가지 문제중 환경문제(일반국민 88.3%,여론선도층 92.1%)는 빈부격차(일반국민 68.9%,여론선도층 67.3%)보다더 심각하게 나쁘다고 보고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늦추는 한이 있어도 환경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일반국민 88.5%,여론선도층 94.8%)과 환경개선을 위한다면 제품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일반국민 86.1%)이 압도적이었다.
환경문제에 관한한 우리 국민은 지구전체를 함께 생각하는 지구공동체 의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지구인 전체의 행복과 삶보다는 국가이기주의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 시대가 되더라도 국가는 여전히 매우 중요할 것(일반국민 95.5%,여론선도층 87.8%)으로 내다봤다.
직장에서 외국인 동료와 함께 일하거나(일반국민 71.5%,여론선도층 85.1%)가족과 함께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것(일반국민 69.8%,여론선도층 78.8%)에 「호감이 간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일반국민 76.9%,여론선도층 79.8%) 이나자녀(일반국민 77.7%,여론선도층 80.6%)가 외국인과 결혼하는데는 거부감을 가졌다.
심지어 세계화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나라의 경제력 향상」(69.0%)이라는 게 여론선도층의 지배적 인식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슬로건이 된 「세계화」가 원칙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21세기 지구공동체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그러나 우리 국민이 21세기적 자율주의 의식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노사문제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찬성하는(일반국민 10.8%,여론선도층 3.5%)여론은 극히 적었다.
노사분규는 「어떤 경우에도 노사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정부는 노사안정을 위한 환경조성에만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수에 가깝다(일반국민 49.6%,여론선도층 47.8%).
이혼에 대해서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일반국민 47.3%)는 의견이 반수를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결혼생활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 문제에서도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일반국민 26.4%,여론선도층 23.5% )하는 것보다 정부와 수혜자가 공동부담(일반국민 38.1%,여론선도층 49.3%)해야 한다는 자율정신이 더 크게 나타났다.
산업부문에서도 여론선도층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지속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정보사회에 대한 인식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정보사회가 어떠한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정보의 활용으로 일상생활이 매우 편리해지는 사회」(일반국민 47.6%,여론선도층 51.8%)「생활에 필요한 정보나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는 사회」(일반국민 38.7%,여론선도층 44.0 %)를 대부분 지목했다.그리고 정보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방안으로 여론선도층은 ▲정보문화 확산을 위한 국민홍보.교육(36.3%)▲컴퓨터.반도체.통신기기 등 정보산업 육성(21.8%)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는 정보사회에 대한 적절한 인식과 정보문화를 확산하기 위한추진방법에도 상당한 이해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을 중심으로 한 지구공동체 의식.자율의식 신장,정보사회의인식 등 21세기에 대한 긍정적 준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근본적으로 불안해하는 세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교육 구태 여전” 우리의 정치.교육.국민의식에 대한 회의가 그것이다.
과거 10년동안 가장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정치(일반국민 32.6%,여론선도층 46.1%)▲교육(일반국민 30.4%,여론선도층 74.0%)▲국민의식(일반국민 25.5%,여론선도층 60.5%)수준의 세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동안에도 경제.남북관계및 과학기술에는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정치(일반국민 20.2%,여론선도층 24.6%)▲교육(일반국민 14.6%,여론선도층 33.3%)▲국민의식(일반국민 23.6%, 여론선도층 31.6%)수준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있다.
이 분야들이 한결같이 우리 정신문화와 연관된 것임을 생각할 때 우리에게 놓여있는 21세기를 향한 장애가 얼마나 깊은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정치.교육.국민의식에 일대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한 21세기 대전환에 대한 긍정적 준비들이 물거품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번 여론조사는 또한 명확히 전해주고 있다.
〈서강大.언론문화硏소장〉 <김학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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