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고집 말고 '인맥' 유리한 지방대 뚫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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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06면

서울 강남의 한 전문학원에서 로스쿨 입시 준비생들이 법학적성시험(LEET) 수강에 열중하고 있다.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의 직업은 회사원, 공무원, 대학생 등 다양하다. 중앙포토

Q. 로스쿨을 고를 때 대학 명성을 중시해야 하나.
A. 기존의 대학 서열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서울대나 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을 갈 수 있으면 좋지만, 이들 대학의 정원을 합쳐도 390명밖에 되지 않는다. 합격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굳이 명문대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로스쿨 총 정원이 2000명 규모이기 때문에 어느 로스쿨을 나와도 큰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학부 과정을 어디에서 마쳤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2005년 도입된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도 어느 곳을 나왔느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Q. 지방 로스쿨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A. 변호사가 된 이후의 활동을 위해서는 학생 수가 많은 지방대학의 로스쿨이 학생 수가 적은 수도권 로스쿨보다 낫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스쿨 동기 숫자가 많으면 법조계 인맥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연고가 있거나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로스쿨을 나오는 것이 변호사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Q&A로 풀어보는 로스쿨 입학 전략

Q. 입학 전형에서 법학적성시험(LEET)이 얼마나 중요한가.
A. LEET 반영률은 20~30%로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서울대의 경우 150명 가운데 70명을 ‘우선 선발’하는데, LEET와 공인영어시험 성적, 학부 성적이 평가 대상이다. LEET는 ‘지식’이 아니라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적인 논리학을 다져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로스쿨입학자격시험(LSAT) 문제나 국내 행정·외무고시 1차시험 과목인 공직적성시험(PSAT) 문제를 풀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학점이나 외국어 공부에 얼마나 투자해야 하나.
A. 학점은 학생의 지적 능력이나 성실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로스쿨에서 당장 학부의 학점을 비중 있게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 간 서열이 뚜렷한 상황에서 학부 성적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고, 차등을 두고 싶어도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힘들다. 이런 애로점 때문에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의 실질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로스쿨이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앞세우고 있다. 상당수 대학에선 제2 외국어를 전형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영어 논술을 실시한다는 얘기가 있다.
 
Q. 면접이나 논술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서울대나 연·고대 등 명문대는 별도의 논술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면접의 경우 ‘리걸 마인드(법적 사고력)’를 따져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법학 지식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념이 잡혀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법철학 정도는 공부하고 면접이나 논술을 치르는 것이 안전하다. 일본에서도 법학 지식에 관한 질문이 금지돼 있지만, 실제론 우회적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Q. 직장인들의 관심이 많은데.
A. 사회경력자 가산점이 반영될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해당 대학 로스쿨의 특성화 분야와 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충남대의 경우 특허 전문 로스쿨을 표방하고 있는데, 변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에 특화한 로스쿨이라면 외환딜러나 증권 전문가 등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 유리하다. 단순히 직장을 다녔다는 것만으로 가산점을 얻기는 쉽지 않다.
 
Q. 비법대 출신이 도전해볼 만한가.
A. 비법대와 타대학 출신을 3분의 1 이상씩 뽑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대 출신에 비해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합격률이 낮으면 정원 수를 적게 배정받거나 재심사를 통해 인가를 취소당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법학 지식이 풍부한 법대 출신을 우대할 공산이 크다. 비법대 출신도 법률 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등에서 법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을 잘 나타내야 한다.

Q. 그럼 미리 법학 공부를 해야 하나.
A. 그렇다. 로스쿨 3년 중 1학년 과정에서 헌법·민법·형법·행정법 같은 기본 과목을 마쳐야 한다. 현재는 대학생활 4년과 사시공부 2년, 사법연수원 2년을 합쳐 보통 8년을 법 공부에 쏟아 부어야 변호사가 된다. 그것을 3년 내에 한다고 생각해보라. 로스쿨 졸업 후엔 현행 사법시험과 비슷한 변호사시험을 치러야 한다. 비법대 출신이라면 대학 다닐 때부터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한편 법학을 선행 학습하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길이다. 일본에선 사설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보충하는 로스쿨 학생이 적지 않다.
 
Q. 로스쿨별로 맞춤형 준비가 가능한가.
A. 서울대는 영어가 토익 기준으로 900점 이상 돼야 할 것이고, 제2 외국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1차에 논술을 반영하는 만큼 시사 정보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 한다. 성균관대는 1차에서 영어 반영 비중이 낮다. 학부성적·LEET 등에 비해 어학 점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험생이 노려볼 만하다. 오는 3월 입시 전형이 확정돼 발표되면 보다 더 구체적으로 로스쿨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Q. 사시 공부를 하고 있는 경우 로스쿨이 유리한가, 아니면 계속 사시에 응시해야 하나.
A. 1년 이상 공부했다면 사시 공부를 계속하라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어차피 로스쿨을 나와도 변호사 시험을 치러야 하고, 적어도 2013년까지 사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채워진 법조계에서 ‘마지막 연수원 세대’라는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로스쿨 1세대’가 더 좋은 브랜드가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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