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국물, 입에서 녹는 흰 살 … 수라상 오르던 겨울 진미 “대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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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경남 거제 외포·진해 용원의 진해만(灣) 일대가 요즘 ‘대구(大口)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겨울 이 일대에서 12만 마리 이상의 대구가 잡혔다. 대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에서 연간 수백∼수천 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 길이 60∼70㎝짜리 한 마리에 50만원이 넘어 ‘금대구’라는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거제수협 등이 대구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 인공수정을 시킨 뒤 방류한 덕에 돌아오는 대구가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10만 마리 이상 잡히면서 70㎝ 이상 대구의 가격은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중간치는 3만~4만원에 거래된다.

진해만에서 태어난 대구는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 일대를 돌며 성장한 뒤 알을 낳으러 12월∼이듬해 2월 말 다시 돌아온다. 알과 정소(이리)를 가득 담은 채 산란 직전에 잡힌다. 원거리 운동으로 인해 육질이 단단하고 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대구는 머리가 크다고 대두어(大頭魚)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머리 맛이 최고로 꼽힌다. 어두육미(魚頭肉尾)란 말이 대구 머리 때문에 생겼다는 말도 있다. 아가미·알·껍질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부산 가덕도 근해에서 잡힌 ‘가덕 대구’는 궁중에 올라가는 진상품으로 꼽혔다.

가덕도·외포·용원 일대의 횟집엔 생대구 요리를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른 팔뚝보다 큰 생대구와 무·파 등을 넣어 끓인 탕은 겨울철 애주가의 속풀이 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대구회를 즐기는 미식가들이 늘고 있다. 어른 팔뚝보다 큰 대구 한 마리를 6만∼7만원에 구입하면 너덧 명이 회와 탕을 즐길 수 있다.

외포 횟집에서는 대구 보쌈찜 요리를 선보였다. 토막 낸 대구를 송송 썬 묵은지·마늘·고춧가루로 버무리고 김치로 싼 채 20∼30분 찐 뒤 미나리·대파·콩나물·버섯·당근 등 데친 고명과 함께 먹는다. 외포 양지바위식당 주인 윤선자(47·여)씨는 “거제 생대구탕은 한번 맛보면 계속 먹고 싶은 겨울철 최고의 속풀이 메뉴”라며 “‘대구 세 마리면 집안 어른의 감기 걱정이 없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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