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혜의메이저밥상] 찬호씨는 LA서도 매생이국 먹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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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창현(스튜디오 707)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의 밥상은 어떨까?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선수이니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때마다 보양식이나 보약이 나올 거라 생각되지만 그의 밥상은 의외로 심플하다. ‘조리법이 간단할수록 맛과 영양을 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주부 3년차인 아내 박리혜의 요리 철학 때문이다. 요리연구가이기도 한 그녀가 차린 박찬호 선수의 건강 식탁. 이번 주부터 격주로 week& 독자에게만 살짝 공개한다. [편집자]

 나는 매일 아침 국물 있는 식탁을 차린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찬호(우리는 서로를 “찬호씨”와 “리혜”라고 부른다)씨를 위해서다. 한국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 찬호씨 역시 국물 없는 밥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국물이라도 아침엔 건강을 생각해 맑은 국을 끓인다. 저녁엔 주로 해산물을 듬뿍 넣은 된장국을 끓인다. 찬호씨가 워낙 해산물을 즐기기 때문이다. 가끔은 구릿한 향기의 청국장을 보글보글 뚝배기에 담아내기도 한다.

찬호씨 식성은 까다로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음식이란 마음의 고향 같아서 어머니가 끓여 주셨던 국 한 그릇에 힘을 얻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듯하다. 그래서 시어머니께 틈틈이 배운 한국음식으로 소리 없는 응원을 하고 있다. 결혼 후 해마다 이맘때면 매생이국을 끓인다(미국 수퍼마켓에서도 냉동 매생이를 판다). 매생이국은 시어머니가 처음 끓여 주셨다. 굴과 함께 끓인 초록색 국이었다. 뜨거워 보이지 않아 한 숟가락 냉큼 입에 넣었다가 입천장을 덴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너무나도 부드러운 맛과 바다 내음에 반해 배우게 됐다. 매생이는 전라도 청정 바다에서 설을 전후로 길게는 두 달, 짧게는 한 달밖에 채취할 수 없단다. 때를 놓치지 않고 먹으려다 보니 이맘때 우리집 단골 메뉴가 됐다.

우리집 밥상은 특별할 것도 화려할 것도 없지만 운동하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지키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제철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이다. 제철 식품은 값도 싸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모든 해조류가 그렇듯 매생이 역시 피를 맑게 하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풍부해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 주는 역할을 한다. 매생이국을 끓일 때는 육수가 아닌 멸치국물을 이용한다. 무를 납작하게 썰어 넣어 시원한 맛을 내고, 바다의 우유라는 굴을 넣고 끓인다. 참기름을 두르고 굴을 볶아 끓이는 시어머니와 달리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좋아하는 나는 굴을 볶지 않고 녹말가루를 묻혀 넣는다. 그러면 뜨거운 국물 속에서 굴이 오그라들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은 물론 굴의 영양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1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한 찬호씨는 늘 한국의 맛을 그리워한다. 매생이국이 식탁에 오르는 날이면 앉기도 전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리혜, 매생이는 어디서 구했어?”라는 말을 급히 하고는 “미국 땅에서 맛보는 귀한 매생이국이니 많이 먹어야겠다”며 먹기도 전에 “밥 한 그릇 더” 한다. 

박리혜는 …

 미국의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프랑스 요리를 전공하고, 프랑스 리옹의 ‘피에르 오르시(Pierre Orsi)’레스토랑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가닉 푸드 전문 레스토랑 ‘쉐 파니스(Chez Panisse)’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때 요리란 복잡한 것보다 간단할수록 재료가 갖고 있는 맛과 영양을 최고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 뒤 일본에서 ‘앨리스 키친(Alice Kitchen)’을 열어 오가닉 푸드와 프랑스 요리를 가르쳤다. 더불어 요리전문 잡지에 요리 관련 기사나 음식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메뉴 플래너로 시부야 세부 백화점 내 ‘B&B 키친’ 레스토랑 등의 메뉴를 짜줬다. 일본 소믈리에협회가 공인하는 ‘와인 어드바이저’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는 만능 요리인이다.

2005년 11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와 결혼, 16개월 된 딸아이의 엄마로 LA에서 세 가족의 행복 요리사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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