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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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디트로이트 겨울의 추위는 매섭기로 유명해 메트로폴리탄 공항은잦은 폭설로 폐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시기간(2월27일~3월2일)중 한파(寒波)도 누그러져 다른 주에서 자동차를 몰고온 일반 미국인들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자동차 정비료가 워낙 비싸기때문에 손수 차를 고치기 위해서는 부품의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그들의 높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실감한다. 미국.일본.독일등 세계 13개국에서 9백50여 업체가 참가한 이번 쇼의 특징은 자동차부품이 단순화되고 경량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포드.크라이슬러.GM등 이른바 미국의 「빅3」가 계열사를내세워 차세대 자동차부품과 보조장치등을 선보이는등 자동차왕국의실지회복을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미국이 80년이후 줄곧 자동차생산량에서 일본에 뒤지다 지난해 1천3백만여대를 만들어 일본(1천1백만대)을 추월하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는 것같다.특히 시스템을 단순화한 부품들은 인상깊었다.』 일본 자동차신문의 사사키 마사이코(佐佐木雅彦)편집위원의 소감이다.
GM의 자동차부품그룹인 델파이(DELPHI.舊ACG)는 최근단순화를 내세우고 부품 생산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하고 있는 중이다.
콘덴서와 라디에이터를 한데로 묶은 새로운 형태의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았고 엔진룸에 복잡하게 연결된 각종 전선을 광섬유를 이용해 단순화한 것이 특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포드社의 자동차부품 코너엔 「새 시장.새 기술.새 이름」이란 슬로건이 걸려 있고 각종 전장품(電裝品)을 비롯해 차체(車體)를 가볍게 할 수 있는 플라스틱엔진 부품과 새로운 타입의 기후조절장치를 각각 선보였다.
미국철강연구소는 신소재를 이용해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차체를 내놓아 자동차의 경량화 노력이 역력히 엿보인다.
델파이 그룹 데이비드 홍보과장은 이와관련,『인간과 기술을 엮는 새로운 타입의 부품개발이 향후 자동차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미국의 자동차부품회사들은 부품을단순화하기 위한 생산제품의 모듈화가 급속도로 진 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부품개발이 이미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손으로 움켜쥘만한 크기의 소형 에어백이 나왔는가 하면 미국델파이社는 운전석과 도어에서 튕겨나오는 보조 에어백 시제품을 내놓고 97년에 실용화할 것이라고 밝힌다.
특히 독일의 지멘스는 운전자가 낯선 도심에서도 최단거리로 목적지에 도달할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운행장치를 들고 나왔다.
미쓰비시 전기는 자동차용 미니디스크 플레이어.스테레오.콤팩트디스크 교환장치등을 손쉽게 장착해 자동차 실내공간을 음악감상실처럼 꾸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87년 이후 8년만에 명함을 내민 우리나라 업체들은 첨단제품으로 자웅을 겨루는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시선을 끌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메인쇼룸도 아닌 지하1층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한국관에는 만도기계외에 10개의 중소기업들이 오일필터등 소모성부품 중심으로전시해 국산 자동차부품 수준이 세계시장에서 대접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美 디트로이트=高允禧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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