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사회성 분석 대중.학문書 2種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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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연및 인문.사회과학의 발달사와 이들의 상호작용,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등을 분석한 과학역사서 2종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브리태니카백과사전의 편집장을 지낸 찰스 반도렌의 『지식의 역사 1,2』(오창호 옮김.고려문화사 刊)와 과학사의 대가인 J D 버날의 『과학의 역사 1,2,3』(김상민외 옮김.한울). 『지식의 역사』가 일반인들의 과학사,더 나아가 지식의 발전사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기 위한 대중교양서의 성격이 강하다면 『과학의 역사』는 전문가의 학문적 업적이 실린 역작이라 할수 있다.
이집트.인도.중국등 고대문명에서부터 시작되는 『지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는 바로 지식의 진보와 발전의 역사라는 관점에서쓰였다.개인이나 국가단위에서 보면 실패가 분명한 역사적 사건도인류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지식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예컨대 로마제국의 몰락은 유럽 곳곳에서 불행한 사태를 유발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지식이 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971년에 처음 발표된 버날의 『과학의 역사』는 과학을 단순한 기술발전적 측면에서 보던 당시 과학에 대한 시각에 일대 변혁을 불러온 책.저자는 원시적인 돌도끼마저도 그 사용법이나 형태가 일정한 사회적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 ,이를 과학사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이 책을 계기로 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과학사회학의 개념이 정립되고 과학의 사회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버날이 중시한 가치는 인류복지.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학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가 원시시대보다 더 야만적일 수도 있다.첨단무기와 질병치료제를 생산할 능력을 함께 지닌 20세기 과학이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에만 매달릴 경우 과학의 미덕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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