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책>컴퓨터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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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2월 미국에서 희대의 컴퓨터범죄자(컴퓨터해커) 케빈 미트닉이 체포됐다.지난 15년 동안 장거리전화 불법사용,타인의 신용카드번호탈취,컴퓨터파일 절취,대형컴퓨터에의 불법침입등을 일삼던 그가 이번에는 컴퓨터보안전문가의 파일에 접근 하려다 오히려 덜미가 잡힌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캐빈 미트닉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친구도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결혼은 했으나 컴퓨터작업을 할 시간을 뺏기는 게 싫어 이혼한 경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컴퓨터광이었으며 해커로서의 전력(前歷) 때문에 취직자리도 구하지 못한 사회부적응자로 알려져있다.그런 그가 유일한 친구며 사회적 출구인 컴퓨터로 네트워크를 밤도둑처럼 혼자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면서 남의 시스템을 넘보다 이번에 체포된 것이다.
우리나 라에도 이미 대덕의 한 연구소에 컴퓨터해커가 침입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컴퓨터해커가 시스템에 침입하려고 하는지,아니 이미 침입했는지는 파악되지도 않는실정이다.
농경시대에 농부들이 고갯마루에서 불쑥 나타나는 산도둑을 경계하고 오늘날 현대인들이 뒷골목에 숨어 있는 노상강도나 밤도둑을겁내듯 정보화시대에는 컴퓨터해커라는 범죄자들이 도처에 도사리고있어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금전적 동기나 개인적 성취감,또는 막연한 사회적 불만의 해소를 컴퓨터를 통해 이루고자 한다.의도적인 컴퓨터범죄뿐 아니라 부주의와 무지로 빚어지는 컴퓨터범죄도 있다.지난해 지존파사건때 고객명단을 유출한 모백화점 전산실직원은 울먹이면서 『고객파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 줄 몰랐어요』라고 털어놨다.그 직원의 눈에는 고객들의 주소와 인명,그리고 구매기록이 담긴 컴퓨터파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범죄인들에게는 돈을 갈취할 대상을 찾아낼 수 있 는 엄청난 정보였다.「정보인」으로서 남의 정보나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여길 책무를 망각한 범죄였다.이러한 사례는 가정과 사무실에 쏟아지는 DM물에서도 나타난다.어떻게 나의 주소를 알았으며 나의 취미와 결혼기념일까지 알고 있는지 솔직히 불쾌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누군가 정보화로 인해 정보의 바다로 향한 창이 열렸다고 하지만 정보화라는 창은 저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쪽도 노출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컴퓨터범죄나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폐해가심각해질 전망이다.정보화와 관련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사후(事後)적으로 철저한 적발과 함께 엄격한 처벌도 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전(事前)적으로 정보윤 리를 일찍이 교육해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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