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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함께>"포스트모던 문화읽기"펴낸 李廷鎬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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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래는 개방문화의 시대입니다.현재 영국 런던에서 일본 스모가 대단한 인기를 끌 듯이 한국씨름이 미국 뉴욕에서 선풍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이 없죠.개방에 대비해 우리 고유문화를 유지.
발전시키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세계속에 전파하 는 적극성이요청됩니다.』 영문학자 서울대 이정호(李廷鎬.51)교수가 안팎으로 혼란을 느낄 만큼 복잡하게 밀려드는 문화의 홍수 속에서 이 시대의 특징적 징후를 해부하고 또 이에 대한 대책을 탐색한『포스트모던 문화읽기』(서울대출판부刊)를 내놓았다.
일반인들은 포스트모던(脫현대)이라는 용어에 우선 주눅이 든다.모던(현대)도 잘 모르겠는데 여기에 포스트모던은 또 무슨 말이냐는 것이다.그러나 李교수가 뜻하는 포스트모던은 그리 어려운개념은 아니다.
『포스트모던문화는 인간이 행하는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합니다.미술.발레.문학등 전통적으로 고급문화로 인정됐던 것과 광고.
의상.영화.멀티미디어등 대중문화와 정치.사회등 일상생활을 모두아우르는 말입니다.쉽게 말해 「서편제」와 「결혼 이야기」,코카콜라와 식혜,김건모와 조수미가 불균형하게 조화를 이루는,잡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순된 요소들의 결합을 뜻합니다.하나의 문화가 흐름을 지배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개별화되고 수평화된 작은 것에 눈을 돌릴 때지요.』 李교수는 이에따라 서구전문가의 포스트모던이론 전개과정을 요령있게 정리한 다음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동서양의 자연관 차이,X세대 문화의 특질,O J심슨 재판을 둘러싼 미국의 논란,김일성 사후 북한의 정치,「덩달이」시리즈로 대표되는 우리사회 언어해체 등 국내외 문화현상에 나타나는 수평성과 개방성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는 컴퓨터.멀티미디어를 포함하는 영상문화의 약진에 따른 결과입니다.이데올로기 대립등 거대담론이 사라진 현재 사물의 실체보다는 이미지가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었지요.상품이나 광고,혹은 정치도 따지고 보면 이미지의 합 성과 조작에불과합니다.대세를 거스를 수 없겠지만 그안에 담긴 해악적 그늘을 솎아내는 지혜를 닦아야 합니다.』 李교수는 그 부정적 측면으로 「지존파사건」의 한 원인이었던 폭력영상물,또 이들을 선정적으로만 보도했던 언론,상품 이미지에 매몰돼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와 주체성 상실,전산망에 의한 정보누출등을 들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능동성입니다.우리 전통을 현대의 시각에서 재해석,이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말이지요.포스트모던의 부정적측면도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습니다.』 상식적이기는 하지만 그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아니 포스트모던과 직결된다』고 말을 닫으면서 우리 모두에게 주체성에 바탕을 둔 문화각성을 촉구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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