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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러너"졸라 버드再起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맨발의 소녀」로 유명한 졸라 피어터스(29.南阿共,옛이름 졸라 버드)가 또다시 한숨을 짓고 있다.묵은 악몽을 떨치고 화려한 재기를 위해 별러온 95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4~13일.
스웨덴 예테보리)에 출전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 이다.
「버드」의 발목을 죄는 것은 뱃속의 아기.89년초 사업가 마이크 피어터스와 결혼,최근 임신한 그는 아기를 포기할 수도,84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래 10년이상 기다려온「큰 무대」를 지나칠 수도 없어 쩔쩔매고 있다.
그는『그래도 뛸 수만 있다면…』이라며 집념을 보이지만 대회때면 뛰기는커녕 걷기조차 조심해야 할 임신 8개월.하기야 그를 괴롭혀온 악몽에 비하면 이번「아기의 훼방」은 오히려 복에 겨운편이다. 출생부터 악몽이었다.66년5월 남아공 남서부 블로엄폰테인에서 영국인2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곧바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어머니가 피를 많이 흘리는 바람에 산소부족으로 뇌에 손상을 입었다.
겨우 살아난 그에게 신이 내린 선물은 「달리는 재주」.국민학교 8학년때 육상에 본격 뛰어든 그는 중장거리 세계정상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남아공이 인종차별정책으로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추방돼 그는 장외 챔피언에 만족해야 할 처지였다.
우여곡절끝에 임시국적(영국)으로 뛴 84올림픽에는 또다른 덫이 도사리고 있었다.
3천m 결승에서 그는 메리 데커 슬래니(미국)에게 걸려 넘어져 다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7위).
이듬해 8월 5천m 세계최고기록(14분48초7)을 세우는 등재기한 듯했으나 그는 다름아닌 달리는 재주때문에 반(反)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목표가 됐다.
이들의 압력으로 국제육상연맹은 그에게 88년4월부터 1년동안출장정지를 내렸다.
그가 긴 악몽에서 헤어난 것은 남아공이 인종차별정책을 철폐한91년초.
하지만 오랜 공백 때문에 92바르셀로나올림픽을 포기했고 고향에서 95세계선수권과 96애틀랜타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해왔다.
이제 임신때문에 세계선수권을 그르치게 된「버드」.그의 마지막희망은 96올림픽 뿐이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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