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의쟁점>上.인기사업에 몰리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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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민자사업의 인기판도(版圖)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수도권 신공항 고속도로를 비롯,소위 인기사업에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몰리는가 하면 경전철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사업별「인기」에 따른 기업들의 이합집 산(離合集散)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최근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95년도 11개 민자유치대상사업중 1호사업이 될 수도권 신공항 고속도로 사업의 사업비는 1조2천억원.정부가 이미 1천5백억원 정도를 투입,공사중으로 민간이 조달할 자금은 1조원 내외.정부는 이미 3개월전부터 「시설사업기본계 획」을 준비해 왔고 보통 2~3년 걸리는 부처간 협의는 물론 설계도서 공람도 이미 끝냈다.5월까지 사업자를 선정, 올 상반기에는 민자유치 촉진법에 의한 첫번째 사업으로 탄생된다.
최근 현대등 14개 기업이 모여 공동참여를 선언하는 등 인기가 있지만 꼭 수익성 때문은 아니다.그 보다『1호사업에 빠질 수 없다』는 대기업의 특수한 사정이 이들을 한데 묶은 것으로 보인다.결국 통행료 수준과 부대사업 허용여부가 쟁 점.
정부가 생각하는 통행료는 4천원 수준,그러나 업계는 6천원은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업계는 그 차이를 부대사업으로 메우려는생각이지만 정부 방침은 아직은「부대사업은 없다」다.14개 대기업과 정부간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가 곧 벌 어지게 된다.첫번째이기 때문에 더욱 물러설 수 없다는 상호 입장이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0大 재벌기업들은 경인운하(運河)사업에 특히 관심이 높다.
2개 대기업그룹이 각기 다른 컨소시엄을 구상하고 있다.수익성도우수하지만 사업의 직.간접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92년 말부터 시작한 3천억원 규모의 「굴포천(掘浦川)종합치수(治水)사업」에 5천억원 정도를 더 투입해 한강과 서해를 수로(水路)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최근 한강주운(舟運)등이 포함된 「서울 21세기 계획」발표로사업성이 더욱 높아졌다.양(量)이 무한한 쓰레기.골재.컨테이너화물의 수송뿐 아니라 주변 매립지개발에 파급효과가 큰 사업이다.정부가 이 파급효과를 어떻게 계량화해 협상에 반영하는가 주목되고 있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도 상당한 인기가 있다.다양한 부대사업이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부대사업을 위해 이미 설계가 끝난노선인데도 변경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쟁점은 택지개발 위주인부대사업의 허용수준.
업계는 통행료가 지금의 2배수준은 돼야 무상사용기간 20년에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행료를 올리지 못하는 만큼 부대사업을 하겠다는 발상이다.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설하는 물류(物流)도로를 민자사업이라고 통행료를 비싸게 받을 수는 없다.그래도 택지개발 부대사업은 신중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도시계획.인구분산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도로연변(沿邊)택지개발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4차선 국도건설과투자가 중복되는 문제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인기있는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치열한경쟁을 거치는게 당연하다.그러나 「관심있는 기업들이 모두 연합해 사업을 신청」할 가능성이 짙고 이 경우 정부는 당혹할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인기사업의 경우 업계 제안을 심의하는 수동적 방법보다 명확한사업별 유치조건을 정부가 먼저 밝혀 경쟁을 부추기는 적극적 방법이 더 유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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