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가족들은 1월이면 은행을 들락거리느라 바쁘다. 공직자 재산 신고를 위해 예금이나 대출 잔액증명서 등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신고 재산이 정확한지 파악하기 위해 거래 금융회사의 계좌를 조회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 자녀의 예금 10여만원을 신고 때 빠뜨렸다가 경고 통지를 받았다는 공무원도 있다.
공직자의 재산 신고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당시 2억6000여만원의 재산을 누락해 신고했다. 청와대의 해명은 총무비서관의 실수로 빠뜨렸다는 것이다. 취임 전 부인 권양숙 여사 명의로 된 서울 명륜동 빌라를 4억5000만원에 팔아 이 중 1억9000만원은 빚을 갚는 데 썼고 나머지 2억6000만원의 잔금을 재산 신고 때까지 받지 못했는데, 총무비서관의 실수로 잔금을 '채권(債權)'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달 안에 받을 돈이 2억원이 넘게 있는데, 이를 자기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또 비서의 실수로 빠뜨렸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부인이 재산 신고 내역을 봤을 때 이를 즉각 시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이 문제는 지난해 재산 신고 때도 거론됐다. 당시 명륜동 빌라 매각대금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에 청와대 측은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해명했다. 빚을 갚는 데 썼다던 돈이 되돌아온 희한한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청와대는 엊그제 "취임 와중에 경황이 없어 행정상의 착오로 누락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일년 전의 해명 역시 경황이 없어 나온 착오라는 얘기인가.
盧대통령의 재산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직성이 문제인 것이다. 가뜩이나 장수천 등 대통령을 둘러싼 금전 관련 잡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는 자녀들 코 묻은 저금통장까지 뒤지면서 대통령은 빠뜨린 억대의 돈을 '실수'라는 변명으로 넘어가서야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