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다이어트 음료’ 믿지 마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호 17면

“음료수는 다이어트 콜라로 주세요.”

햄버거를 주문하며 머뭇거리던 목소리는 이 대목에서 다시 당당함을 찾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모습이다. 살찔까 봐 걱정인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시는 다이어트 청량음료. 이들은 정말 비만 억제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심지어 일반 청량음료보다 더 살찌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텍사스대 샤론 파울러 교수팀은 25∼64세 성인 1550명을 7∼8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연구에서 다이어트 청량음료를 하루 한두 캔 마시는 사람이 과체중·비만이 될 위험은 54.7%에 달했다. 반면, 일반 청량음료(같은 양)를 즐기는 사람이 과체중·비만이 될 위험은 32.8%에 그쳤다(2005년 미국 당뇨병학회).

일반 청량음료의 열량은 한 캔당 100㎉ 내외다. 반면, 제로콜라·라이트콜라 등 다이어트 청량음료의 공식적 열량은 0㎉다. 5㎉ 이하이면 ‘0’으로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열량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청량음료를 즐기는 행위 자체에 혐의를 두고 있다. 체중이 막 불어나려는 사람은 일반에서 다이어트 청량음료로 바꾸려는 경향이 있고, 실제 체중은 다른 이유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량음료를 다이어트로 바꾼 일이 “당신은 곧 비만이 될 거야”라는 예고탄이 될 수 있다. 또 “나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실 거니까 패스트푸드점에 자주 가도 아무 문제 없어”라는 생각도 비만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체중을 감량 중인 사람은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단맛이 그리울 때 일반 청량음료 대신 다이어트 청량음료를 마셔 자신의 몸을 만족시키려 든다. 그러나 몸은 이에 속지 않고 오히려 열량을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안 지킨 ‘죗값’(식욕 자극)을 치르게 한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서큘레이션’지 최근호엔 다이어트 청량음료를 햄버거·감자 튀김 등과 함께 하루 2회 이상 즐길 경우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25%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대사증후군의 4대 증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