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AST인수 배경과 전망-국내기업 다국적화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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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전자의 이번 AST 인수는 세계 5대 PC업체로의 도약이라는 외형적인 의미외에도 이 분야 기술에 대한 국내 업체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그 의미가 크다.AST가 1백90건 이상의 컴퓨 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IBM.애플.컴팩등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계약에 따라 앞으로 미국 현지 주식시장에서 일단 15%를 공개매수하고 이어 유상증자분을 모두 인수해 40.2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AST의 주식가격은 15.8~16.5달러 수준이고 공개매수가격은 21.06달러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삼성전자는 3억7천8백만달러의 인수자금을 내부유보로 충당하고 구체적인 인수절차는 한국은행과 협의,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피 퀴레시 AST 회장은『지난해 세계적인 노트북 제조업체인美탠디社를 인수함에 따라 6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았고 이로인한 자금난으로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ST는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컴팩에 이어 두번째로 다양하고 많은 유통 및 서비스망을 세계 각지에 구축하고 있다.삼성전자는 따라서 이번 조치로 PC는 물론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콤팩트 디스크(CD)롬 드라이브.초정밀 박 막트랜지스터액정화면(TFT-LCD).프린터.모니터등의 전세계 AST 판매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지분인수계약 서명식에서 김광호(金光浩)부회장은『PC부문은 그동안 독자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전략적 제휴관계보다는 기업인수를 단행하게 됐다』고 AST 인수배경을 밝혔다.AST사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축으로 한 세계적인 멀티미디어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셈이다.
AST는 특히 중국에서 PC판매 1위를 하는등 아시아권에서 강세를 보여왔다.세계 PC시장은 올해 4천5백만대에서 2000년에는 1억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AST 인수는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다국적 기업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국내 기업의 세계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의 日럭스社 인수에 이어 현대전자의 美 AT&T,GIS社의 비(非)메모리 반도체부문 인수에서 그 조짐을 보였다.삼성전자의 경우만도 지난 93년이후 지금까지 럭스를 비롯,美 어 레이.HMS.재즈멀티미디어.IGT,프랑스의 DMS,칠레의 엔텔등 모두 8개의 해외기업을 인수해 왔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AST 인수로 국내 업체간 해외업체 인수경쟁이 본격 불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과열 경쟁에 다른 중복투자를 우려하고 있다.
李元浩.金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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