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기행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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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들린 월정사 전나무 숲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에 자리한 1,400년 고찰 월정사.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월정사는 뒤편 동대산 만월대에 떠오르는 달빛이 유난히 밝고 청명하다하여 월정사(月精寺)라 이름 지었다. 만월산의 정기가 모인 곳에 고요하게 들어앉은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강원도 기행 중 월정사는 유일하게 두 번째 걸음이다. 지난해 겨울, 눈 덮인 산사의 여운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 다시 한번 찾게 된 것이다.

월정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일주문 뒤의 전나무 숲길이다. 산사의 고즈넉함을 엿보기 전, 월정사는 600m의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400∼500년생 전나무로 이루어진 이 숲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손꼽힐 정도다. 특히, 전나무들 중 수간의 폭(가지 끝과 끝 사이의 거리)이 약 20미터에 이르는 거목 9본을 일컬어 아홉수라고 불리어지고 있는데, 오대산의 전나무는 이 아홉수의 종자가 퍼져서 성장한 것이라고 한다.

겨울철이라 울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신 아직까지 남아있는 전나무의 짙은 푸름이 눈 덮인 산길과 대비를 이루듯 아름다운 색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요한 산새 속에서 단아하게 이어진 숲길은 한발 한발 뗄 때마다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듯 무언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상을 하듯 숲길 옆으로 이어지는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월정사 산사 입구에 이른다. 언제나 그렇듯 산사의 풍경은 고즈넉하다.
경내로 들어서면 적광전 앞에 높게 솟은 석탑하나가 눈에 띈다. 국보 제48호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다. 고려 전기의 석탑을 대표하는 것으로 당시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붕돌 위,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은 당시의 금속공예의 수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없지만 탑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을 취한 보살좌상이 있었다. 보물 139호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다.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목.

적광전 앞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고려 시대 다층석탑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처마 끝에 달리 풍경소리가 산바람에 부딪혀 소리를 낸다.

전통찻집 기둥에 걸쳐진 합장문.

월정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을 꼽으라면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일종의 무덤, 부도밭이다. 월정사에서 9km 위로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 상원사가 나오는데, 상원사 방향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상원사까지 들러볼 요량이면 올라가는 길에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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