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못 쪼갠다” 주민 반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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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가 분구(分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성남시가 분당구(분당 신도시)를 나누기로 하면서 신설 구 이름을 ‘판교구’로 잠정 결정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주지 구 이름이 바뀌게 된 주민들은 ‘분당’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잃어버릴 수 없다며 집단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궐기대회까지 열 태세다.

 ◇‘판교구’ 신설 검토=성남시는 현재 43만6000여 명에 이르는 분당구 인구가 올 연말 시작되는 판교 신도시 입주로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자 분구를 서두르고 있다. 시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위해선 한 구의 인구가 20만~30만 명이 적합하다”며 분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9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분구 타당성과 행정구역 조정에 관한 용역 조사를 실시했다.

용역 결과 분당구를 동서로 쪼개 서쪽에 ‘판교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럴 경우 분당구 19개 동 가운데 정자1∼3·금곡1∼2·구미·운중동·판교 등 8개 동은 판교구에 편입된다. 나머지 분당·수내1∼3·서현1∼2·이매1∼2·야탑1∼3동 등 11개 동은 분당구에 남게 된다. 시는 주민 여론, 시의회 의견 수렴, 지명위원회 명칭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4월 총선이 끝난 뒤 최종적인 분구안을 마련해 행자부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분당 이름 잃을 수 없다”=이 같은 용역 결과가 나오자 판교 구 편입이 검토되고 있는 신도시 내 정자·금곡·구미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 지역 주민들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판교구로의 편입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 대표들은 17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분구 반대 운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입주 예정 인원이 8만8000명인 판교가 18만 명이 거주하는 분당 신도시 지역을 편입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주민들은 14∼16년간 높은 가치를 지녀온 분당이라는 도시브랜드를 못쓰게 될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 손실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금곡동(청솔마을) 전 입주자대표회장 김선동(50)씨는 “명칭에 ‘분당’이름만 들어간다면 분구 방침에는 동의하겠지만, 일부 동을 편입해 ‘판교구’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당시로 독립’ 주장까지 나와=해당 지역뿐 아니라 분당 주민 전체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는 28일 분당구청에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시 관계자를 불러 자신들의 반대 의견을 공식 전달할 방침이다. 이 협의회의 한상문(65) 회장은 “용역 기관이 실시한 주민 의견 조사엔 분당 외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참가한 만큼 공정성을 잃었다”며 “분당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분구 반대 주민들은 앞으로 시가 지금의 분구안을 계속 추진할 경우 주민 집단 서명운동은 물론 궐기대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일부 주민은 이참에 분당을 독립된 시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협의회 측은 “분당은 조성 당시부터 독립시로 추진된 데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는 현재 분구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며 “현재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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