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가 급락에 뇌동매매는 금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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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증시가 연일 떨어져 22일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1600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말에 비해 23%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날 하루 홍콩 증시는 8.65%, 상하이 지수는 7.22%, 일본 닛케이지수도 5.65%나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에 전염되는 양상이다. 금융 불안은 실물경제에도 전파돼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손실에 밤잠을 설칠 게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지선이나 바닥을 점치기 쉽지 않다. 최근 증시 하락은 기업 실적 같은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중국 등 외부 요인에 휘둘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파급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할 경우 당분간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내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외부 악재들부터 진정돼야 한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의 대응이 관건이다. 미 금융당국은 22일 저녁 시장이 기대해온 대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다. 그 영향으로 미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올 들어 3주 동안 5조5000억원어치나 서울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도 진정될 지가 관심이다.

지금처럼 증시가 급격한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추격 매도는 자제해야 하는 게 정석이다. 9·11 테러 직후에도 뇌동매매는 손실 폭만 키운 결과를 낳았다. 이제 불안한 세계 시장에서 눈을 돌려 국내 시장을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주가는 급락하지만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는 8조857억원이나 유입됐다. 그중에도 매달 돈을 꾸준히 넣는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비중이 42%를 차지해 증시 안전판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주가 급락기에 뇌동매매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