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 유럽 가고 … 성형수술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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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고회사 대리인 손지현(31·여)씨는 요즘 ‘9일 휴가’에 맘이 설렌다. 다음달 2일부터 9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그리스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기 때문이다. 귀국 다음날엔 시댁을 찾아가 명절 인사를 하기로 했다. 대기업 직원인 남편 역시 이틀간 연차를 내고 함께 여행한다. 손씨는 “부부가 함께 신혼여행보다 긴 휴가를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2. 르노삼성자동차는 설 연휴 하루 전인 2월 5일을 휴무일로 정했다. 창립기념일(9월 1일)에 근무하는 대신 연휴를 늘린 것이다. 주말(2~3일)과 휴무 사이에 끼인 4일엔 연월차를 쓰도록 장려하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신차 출시에 수고한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쉬는 것도 일하기 위한 경쟁력’이라는 최고경영자(CEO)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최장 9일의 장기 휴가를 잡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다시 찾아온 ‘골든 홀리데이(Golden Holiday)’를 여행, 성형수술, 자원봉사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기업들 연차 권유=9일 휴가의 비결은 이틀간의 연차다. 다음달 설 연휴(6~8일)는 주말(9, 10일)과 연결된다. 5일 휴가가 가능하다. 거기에 근무일인 4, 5일에 이틀 휴가를 내면 주말인 2, 3일(토·일)부터 연달아 쉴 수 있다.

 골든 홀리데이가 가능해진 것은 기업들이 직원의 연차 사용에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다음달 2일부터 10일까지 스페인·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나는 회사원 김선영(29·여)씨는 “회사에서 ‘징검다리 휴가로 어수선할 텐데 연차를 써도 좋다’며 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206개 기업 중 설 휴무기간이 6일인 곳은 11.6%, 7일 이상은 2%로 나타났다. 김동욱 경제조사팀장은 “연차를 쓰지 않으면 기업에서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직원의 자율성이 생산력이라는 인식의 변화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다음달 1~9일 여행 예약자 수는 3만4154명이다. 최성수기로 꼽히는 지난해 여름(7월 27일~8월 2일, 3만8109명)과 엇비슷한 규모다. 토·일요일과 연휴가 겹쳤던 지난해 설 연휴(2월 5~7일, 2만1870명)보다 절반 이상 늘었다.

 출발일이 2월 1, 2일인 미국·유럽 상품 예약은 거의 끝났다고 한다. 괌·사이판 등 가족 단위의 휴양지는 지난해 11월 마감됐다. 정기윤 여행사 대리는 “골든 홀리데이를 이용해 젊은 직장인들은 주로 1주일 이상 걸리는 미국·유럽·호주를 찾고, 가족 단위 여행을 즐기는 중년층은 동남아·일본·중국을 향한다”고 말했다.

 ◇병원 예약도 만원=연휴에 맞춰 성형수술을 받는 직장인도 많다. 서울시내 성형외과·피부과는 약 한 달 전부터 설 연휴 기간의 수술 예약이 다 찬 상태다. 청담NB클리닉의 이황희 원장은 “평소 하루 3~5명 정도 수술이 잡히는데 이번 설 연휴엔 10명 선”이라며 “특히 주름제거술, 지방흡입술처럼 회복 기간이 1주일 정도 걸리는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고 밝혔다. 코뼈 교정 수술을 받기로 한 회사원 이모(24)씨는 “대학 때 교통사고로 휘어진 코뼈가 늘 마음에 걸렸다”며 “휴가 첫날 수술을 받고 푹 쉬면 부기가 가라앉아 출근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미뤄 왔던 자원봉사에 나서는 회사원도 많다. 웹 디자이너인 박경진(29·여)씨는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다. 태안군 재난상황실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자원봉사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하루 30여 통 오고 있다.

천인성·정선언·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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