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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노림의 정체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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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황이중 6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장면도(42~55)=흑▲는 언뜻 근사해 보이는 수. 그러나 한 번만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격의 위력도 없는 데다 중복의 극치임을 알 수 있다. 이세돌 9단 같은 천재적 감각의 소유자가 이런 수를 둔다는 것은 ‘경솔’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기회를 잡은 황이중 6단이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인다. 미완성의 좌하귀. 협공할 것인가, 참아둘 것인가.
김지석 4단은 ‘참고도1’의 느슨한 육박을 제시한다. 흑2 다음이 어렵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 상대가 손 뺐으니 협공은 기세라고 한다. 기세라. 이세돌이란 호랑이를 떨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것일까. 황이중은 그러나 42로 웅크려 43을 허용했다. 그는 아마 44를 한시바삐 두고 싶었을 것이다(흑▲가 A에 놓여 있다면 흑 모습이 얼마나 활기찰 것인가). 44가 오면 45의 수비는 필연이고 그때 46의 맥점을 터뜨려 곤마를 살아두면 백 우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맞다. 허리를 숙인 듯 보이지만 일관성을 지닌 착실한 흐름이다.

46에 ‘참고도2’ 흑1로 감아봐야 8까지 산다. 단타지만 깨끗하다. 공격을 엿보던 흑▲의 허망함이 다시 한번 부각된다. 하지만 초반전이 지나고 슬슬 이세돌이란 사람이 힘을 내는 시간이 됐다. 53은 선수(손 빼면 B에 붙여 맞끊는다). 55는 좁지만 백 귀를 향해 은밀하게 노림을 품고 있다. 노림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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