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부러운 美 前,現職 대통령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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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등 미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16일일제히 1면에 「색다른」골프대회 관련기사를 실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전날 애리조나州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전.현직 대통령의 골프회동 소식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조지 부시 전직 대통령은 이날 유명 코미디언인 보브 호프가 주최하는 크라이슬러 클래식 골프대회에 나란히 참가해 프로 골퍼.배우.운동선수등 유명인들이 함께 하루를 즐겼다.언론들은 골프대회 도중 일어난 몇 건의 해프닝도 전했다.
첫번째 해프닝은 부시 前대통령이 친 공이 세차례나 관중을 맞히는「사고」였다.부시 前대통령이 자신의 공에 허벅지를 맞은 한관중에게 사과하자 그 관중은『피가 안나니 걱정할 것 없다』며 대신 전직대통령이 사인해준 공을 얻게 된 것에 더 즐거워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고의성 없는 반칙을 범했다.그가 친 공이 코스에서 약간 벗어나 떨어지자 주위 관중들이 안으로 놓고 치라고 성화,무심코 옮겨 놓았다가 벌점을 먹고 함께 웃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가벼운 읽을 거리로 느꼈을 지 모를 이 기사가 어쩐지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참석자 면면들부터 그렇다.「우리 기준」으로는 함께 어울리기가영 어려울 것 같은 파격이다.
또 구경꾼들의 부상이나 대통령의 벌점은 역설적으로 말해 얼마나「상큼한」사건인가.말그대로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 대통령이 공화당출신 전임대통령들과 어울린 것이라면 우리 식으로 따져 해설이라도 있을 법한데 미국 신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존경하는 전임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생각해 참석했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말만 한줄 옮겨놨을 뿐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고 있는 드라마『모래시계』의 열풍이 이곳 교포사회에까지 밀어닥쳤다는 소문이다.그『모래 시계』속에는 다른모습이긴 하지만 우리의 전직대통령들이「존재」하고 있다.
골프장과『모래 시계』가 상징하고 있는 두 나라의 차이.감상을떨치려 해도 마음의 「무거움」이 영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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