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民心 떠난 佛 사회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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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는 4월23일과 5월7일 1,2차로 나뉘어 실시되는 프랑스대통령선거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년간 장기집권해온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동거(同居)정부가 청산되고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어째서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가 갑자기 대통령감으로 부상했으며 사회당이 그토록 고전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외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국민조차 갈피를 못잡고 있다.
우선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는 프랑스 경제를 꼽을 수 있다.수년째 소비는 바닥을 헤매고 있고 생산과 고용도 빠른 시일 안에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파리 주가(株價)는 지난 한햇동안 22%나 떨어졌고 실업률은 12%를 넘어 섰다.
특히 젊은층의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 네명중 한명이 일자리를갖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사회보장 혜택을 축소하거나 공공요금 또는 세금인상을 통해 정부지출을 줄여 나가겠지만 그 결과 소비자의 구매력이 위축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높아져가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이번 대선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부패사건에 연루돼 알랭 카리뇽 前통신장관등 세명의 각료가 발라뒤르 내각에서 사임했다.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좌파의 베르나르타피 의원도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것이 확실하다.대부분의 청렴한정치인들의 명예까지 동반추락시키고 있는 정치권 의 스캔들을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이 선뜻대선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던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前집행위원장이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당은 이데올로기보다는 유력 정치지도자간의 당파 싸움으로 찢길대로 찢겼다.마지막 희망이었던 들로르마저 발을 빼고보니 대권은커녕 존립 자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특별한 카리스마도 없는 우파의 발라뒤르 총리는 무엇이든 약속하면서 자신의 유리한 고지를 지키고 있다.발라뒤르 총리는 프랑스의 가장 큰 정치.외교 현안인 알제리.유럽문제 등과 같은 폭풍우에 직면해 이를 헤쳐 나갈 난파선 선장이라기보 다는 기업체관리자처럼 처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인기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늙고 불안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는 프랑스와 프랑스인의이미지를 연상시키면서도 그는 타고난 신중함과 침착성으로 불안의시대에 사는 국민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제1차 동거정부(86~88년)총리로서,드골주의 정당인 공화국연합(RPR)당수로서 발라뒤르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던 자크 시락 후보가 지금은 라이벌 관계를 넘어 오히려 그에게 압도당하고있는 현실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발라뒤르 총리가 유럽지향적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미테랑 대통령은 중도파인 레몽 바르 前총리에게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다.
사태의 극적 변화가 없는 한 프랑스 대선은 유권자들에게 진정한 선택의 기로에 서기를 강요하지 않은 채 가장 걱정을 적게 시키는 후보가 승리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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