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盧후보는 괜찮고 한화갑은 불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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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금을 둘러싸고 위법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盧대통령 스스로가 그제 방송기자클럽 초청 회견에서 "돈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합법적으로 하기도 어려워 십수억원을 썼을 것"이라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자금과 관련한 盧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엔 "합법의 틀 속에서 (경선을)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선이 끝나고 난 뒤 거기에 대한 자료를 무슨 자랑이라고 잔뜩 보관하고 있겠느냐"며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불법.탈법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다시 경선자금의 윤곽을 언급한 것이니 더 이상 이를 묻어둘 수는 없게 됐다.

그런 점에서 盧대통령이 "대선자금 갖고도 고통스럽고 힘든 데다 경제도 어려운 만큼 경선자금 문제는 공방을 하지 않는 게 더 좋겠다"고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 검찰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더구나 민주당 측이 경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함께 검찰에 고발한 것을 감안하면 盧대통령은 사건의 한 당사자가 아닌가. 스스로 경선자금의 규모를 고백한 이상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게 옳은 태도다.

盧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지구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2001년과 2002년의 총수입액은 후원금과 중앙당 지원금.당비 등을 합쳐 7억원가량이라고 한다. 이 수입을 다른 곳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경선자금에만 사용했다고 해도 십수억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나머지 수억원이 어디서 어떤 채널을 통해 흘러들어왔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경선자금 4억원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당 한화갑 의원과의 형평성 시비도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韓의원에 대한 수사처럼 검찰은 盧대통령과 鄭의장의 경선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검찰은 편파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