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정치적 스승' 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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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5일 김원기 고문이 불법대선자금 수사선상에 떠오르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金고문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8대 운송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던 정동영 의장이 간담회 도중 급히 전북 정읍에 내려가 있던 金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파악할 만큼 다급한 분위기였다.

金고문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산파역이자 좌장으로, 한때 노무현 대통령이 속했던 정치계보(통추)의 보스 격이었던 인물이다. 盧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정동영 의장 직전의 열린우리당 당의장이었으며 현재 盧대통령의 정치특보이기도 하다. 최근 굿머니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신계륜 의원에 이어 金고문까지 상처를 입을 경우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도덕성 우위를 주장해온 열린우리당으로선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장기적으론 여권 권력지형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는 문제다.

이날 金고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해종건에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했다.

金고문은 "대선 직전 당에서 (지역구에) 격려금을 지급하라고 돈을 줘, 이를 영.호남 지역에 전달했을 뿐"이라며 "그 돈 중 서해종금 돈이 끼여있을 순 있지만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내부를 통솔하고 있던 나한테, 그리고 '딴 사람'한테도 (지구당 공식 후원금 외에) 당에서 격려금을 나눠주라고 했다"며 "서해종건이란 회사는 알지도 못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김원기 고문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의원들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金고문은 검찰에 출두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은 "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비해선 구색 맞추기, 흉내 내기 수사에 불과하다"며 "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개인비리만 나오느냐. 대통령과 관련된 돈의 저수지를 찾아내라"고 다그쳤다.

파문이 확산되자 金고문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金고문의 해명을 인정해 공천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金고문에 대한 공천발표를 보류했으나 이날 공천 확정지역으로 추가해 발표했다. 그러나 당 외부인사인 김광웅 공천심사위원장은 "(金고문의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했으나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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