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사아아디의 장미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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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아아디의 장미꽃’-마르스린느 데보르드-발모르(1786~1859)

오늘 아침 당신에게 장미꽃을 갖다 드리고 싶어
꼭 매어진 허리띠에 장미꽃을 따 넣었습니다.
매듭이 너무 죄어서 더 꽂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땄습니다

그러나 매듭이 탁 터져 장미꽃들은 날아갔습니다.
바람을 타고 바다쪽으로 아주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파도는 장미꽃으로 붉게 보였습니다.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저녁은 아직도 내 옷에서 장미꽃의 향기가 맴돌고 있습니다.
내게서 나오는 장미꽃의 이 향기로운 추억을 맡아보십니다.


페르시아의 시인 사아아디에게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시. 친구들에게 가져다주려고 장미나무에 가서 옷자락에 장미꽃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만 장미꽃의 향기에 도취되어 옷자락이 손에서 빠져나갔다는 것. 당신, 오늘 저녁은 노을을 유심히 보십시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옷에서 향기가 나거든 그녀가 아침부터 당신을 위해 꽃을 딴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세요.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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