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尋常-본래는 길이의 단위.미미하고 보잘것 없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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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본디 심(尋)과 상(常)은 길이를 뜻하는 단위로 각기 8자,16자를 뜻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옛날에는 그리 길지않다는 뜻으로 인식했다.춘추전국시대 제후들이 쟁패에 혈안이 된나머지「심상(尋常)의 땅」을 다투었다고 한다.
한평 남짓 되는 땅을 빼앗기 위해 싸웠다는 뜻으로 아주 작은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장자(莊子)는 배를 물에 띄우면 잘 나가지만 땅에서 밀면평생을 밀어도 심상만큼도 나가기가 힘들다고 했다.얼마 안되는 거리임을 알수 있다.
곧 심상이라면 극히 미미해 보잘 것이 없다는 뜻이다.대수롭지않다는 뜻도 되겠다.따라서「심상치 않다」면 대수롭게 보아 넘길일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대시인 두보(杜甫)도 술을 좋아했다.난세의 울분을 달랜다거나시흥(詩興)을 돋우기 위해 퇴근길이면 주막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돈이 없어 옷을 잡히고 술을 마셨는데 여기저기 빚진 술값이 널려 있게 되었다.그러나 그까짓 술값이 대수는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술값은 가는 곳마다 널려있지만(酒債尋常行處有) 에라!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었거늘(人生七十古來稀) 「古稀」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술값 정도는 심상한 것으로 여겼던 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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