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주도"프로 급증-주부.여대생등이 취재.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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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프로의 주인이 다양해지고 있다.객관적 위치와 세련된 진행술을 갖춘 전문방송인만이 이끌어온 다큐멘터리.교양프로가 주부.
여대생등 일반시민에게 진행권을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방송중인 SBS 『체험!오지를 가다』가 그 대표적인 예. 7일 방송된 「인도네시아편-시간이 정지된 땅」에서는 이선아(24)양이 성기만 가린채 멧돼지 사냥으로 연명하는 원시종족 다니족과 10여일을 함께 지낸 뒤 그 과정을 자신의 소감을 곁들여 방송했다.
「코데카」란 고깔로 성기만 가린 알몸의 다니족이 피가 돋는 돼지의 살점을 씹는 모습은 한국시청자에게는 생소함과 약간의 불쾌감마저 들 수 있는 장면.그러나 제작진은 이 장면을 역시 다니족 여성의 전통복장을 걸친 한국여성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형식으로 소개해 시청자의 거리감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한편 체감도는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또 이양과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흘리는 원주민의 모습을 잡아냄으로써 원시종족이 야만성 대신 때묻지 않은 인간성을 가졌음을 자연스 레 각인시켰다.황성효 SBS다큐담당부국장은 『시청자가 「오지의 원시종족」에 갖는 생소함때문에 객관적 내레이션보다는 일반인의 정적 진행이 훨씬 전달력이 있다』며 여대생 캐스팅의 의의를 설명했다.또 MBC의 교양프로 『문화집중』에서는 그주의 문화행사.공연.전시장을 소개하는「문화지도 그리기」에 주부들을 모아 취재,진행 일체를 맡기고 있다.이긍희 MBC교양제작국장은 『주부가 필요로 하는 행사를 주부들이 소개함으로써 시청자의 「자기동일시」효과발생을 노린 것』이라며 이같은 「눈높이」제작방식을 향후 다큐물에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EBS는 3월 시작할 국교생 학습프로 『선생님 질문있어요』의 진행자 전원(12명)을 일반인으로 구성키로 하고 오디션작업에 들어갔다.제작자 김유열PD는 『전문교사들이 진행하는 교육프로는 많았으나 이들과 차별되는 자연스런 학습프로를 만들기 위해 이제껏 TV에서 못본 일반인 진행자들을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프로는 국어.산수.자연등에 식견을 갖추고 방송을 좋아하는 일반인이면 누구나 진행자로 응모할 수 있다(14일까지 접수, 02(5262)0724) .
방송전문가들은 『3년전 MBC 「현장체험!주부탐사」이래 「자연스런 프로」붐이 일면서 시청자가 주인으로 나서는 프로들이 느는 추세』라며 『정보프로등 일반적 능력만 있으면 참여가능한 프로에서 벗어나 시청자 각자가 보유한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포맷들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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