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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드디어 반 집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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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박영훈 9단(한국) ●·구 리 9단(중국)

장면도(190~203)=190이 놓이자 백△라는 팻감의 정체가 드러난다. ‘참고도’ 흑1로 이으면 백2로 끊겨 대마가 사망한다. 191의 연결은 필연이었고 그 틈에 백은 194로 석 점을 잡는 엄청난 수확을 올린다.

 골인 직전에 급제동이 걸린 구리 9단은 부지런히 계가부터 해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아직 넉넉히 이기고 있었다.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그의 마음은 서서히 여유를 찾아갔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옆 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세돌은 벌써 끝냈구나’.

 판으로 눈을 돌린 그는 무심히 195에 단수했다.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이세돌이란 숙적. 그의 빈자리. 내가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한순간 긴장을 앗아갔던 것일까. 195는 구리가 저지른 이 판의 수많은 패착 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수였다.

 195는 손 빼도 아무 탈이 없는 곳. 반상 최대의 196에 직행했다면 흑승은 결정적이었다. 박영훈 9단은 정확히 196으로 향했고 구리는 머리를 친다. 197로 응수하고 보니 선수로 3집을 당했다(손 빼면 또 선수 3집을 당한다). 게다가 198. 이 수도 199보다 컸다. 195에 둘 바엔 차라리 198자리에 빠져야 했다는 얘기다. 199까지 흑이 겨우 두 점을 잡는 동안 백은 양쪽을 해치웠고 선수마저 앗아갔다. 바둑은 드디어 반 집 승부로 어울렸고 구리는 슬슬 미쳐 가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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