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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행 2년 내 돈은 안녕하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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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김관중(41)씨는 지난해 초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그러나 매달 적립되던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바꾸는 것이라는 회사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이 때문에 나중에 받을 퇴직금이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B) 연금을 택했다. 그 뒤로 그는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한 번도 알아보지 않았다.

김씨뿐 아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년이 흘렀지만 퇴직연금이 겉돌고 있다. 가입자는 정보와 인식 부족으로 관심을 두지 않고 정부도 자칫 부실화를 우려해 규제를 풀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만 바뀌고 운용은 그대로=지난해 11월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는 43만여 명(노동부 집계)에, 적립금은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가입자 대부분이 관리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퇴직연금에 적립된 금액 2조864억원 가운데 76.2%(1조5895억원)가 확정금리부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사업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중 금리보다 최고 1% 정도 높은 이자가 보통이다. 기업이 운용을 책임지는 DB형은 물론 근로자 개인이 운용 방식을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 역시 절반가량이 원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최근 수도권 소재 기업의 근로자 768명에게 물은 결과 퇴직연금 가입자 380명 중 31명(8.2%)이 자신의 연금 유형을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DB형이나 DC형 선택도 회사의 선택에 따른 것(48%)이란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됐다.

본인이 운용을 책임지는 DC형에 가입한 근로자들도 43.5%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상품 가입 기회가 열려 있는 DC형을 선택했지만 퇴직연금으로 가입한 금융상품은 평균 1.71개에 그쳤다. 전체 DC형 적립금 중 절반 이상(56%)은 예금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에 묻어두고 있었다.

마이다스 자산운용 조재민 대표는 “퇴직연금제는 은퇴자산의 자금시장 유입을 촉진하고, 개인의 퇴직 후 자산을 불린다는 취지로 도입됐다”며 “지금처럼 확정금리 상품에만 묻어둔다면 기존의 퇴직금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내 연금 스스로 확인해야=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기획팀 성필규 팀장은 “대기업처럼 임금상승률이 높고, 연금 운용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근로자는 연금지급액이 확정되는 DB형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식이 있고, 직장 이동이 잦은 근로자라면 좀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C형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최재혁 전략운용본부장은 “DC형의 경우에도 원금보장형 상품과 수익배당 상품을 적절히 조합하면 안전하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DC형은 근로자 개인이 투자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므로 가입만 해놓고 방치하면 원금까지 까먹을 수도 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실장은 “연금사업자들은 가입자에게 운용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운용 보고서를 주시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다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 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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