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서 배우는 애경

중앙일보

입력

'처우를 삼성물산 수준에 맞춰주겠다. 대신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애경그룹이 이달부터 임원 임금을 평균 30% 이상 인상하고 직급연한제를 도입한 배경에 '삼성플라자 인수'가 자리 잡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애경그룹에 따르면 애경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에서 삼성플라자를 인수하면서 유통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과는 별도로 삼성플라자의 인사ㆍ보상시스템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선 같은 직급인데도 삼성플라자와 기존 애경 계열사 간 임직원 임금이 커다란 차이를 보임에 따라 인사교류가 쉽지 않았다. 또 성과를 따져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 삼성플라자 임원 인사도 연구 대상이었다. 애경은 '한 번 임원이면 영원한 임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온정주의가 지배했기 때문.

분석을 거듭해 내린 결론은 임원 임금 인상과 직급연한제 도입이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상무보는 약 20%, 사장은 50% 이상 임금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상무보는 5년, 상무 이상은 각각 4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자동 탈락을 면치 못하게 했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애경그룹은 앞으로 외부 인재 수혈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처우수준이 낮아 다른 대기업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보조를 맞췄다는 판단에서다.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채형석 총괄 부회장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다른 대기업에서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지향하는 기업 수준으로 처우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애경의 임원 인사시스템은 여전히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 임원들이 한 직급에서 2~3년 정도 일하다 승진하거나 퇴임하는 게 보통인데 애경은 4~5년을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 관계자는 "앞으로 임원 물갈이가 수월해질 전망"이라면서도 "그래도 최소 4~5년 자리를 보장해주고 있으므로 적어도 임원에 관한 한 애경은 지금도 여전히 온정이 넘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인사ㆍ보상시스템 개편작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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