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交 분위기 조성 몸짓-北.日총리 電文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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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과 일본간에 주고받는 손짓이 심상치 않다.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총리는 3일 북한 정무원 총리 강성산(姜成山)에게 감사전문을 보냈다.
형식은 효고(兵庫)縣 남부지진 피해 위로전문에 대한 답신이라는 평범한 것이지만 담긴 의미는 적지않다.김일성(金日成)이 죽은 뒤 무라야마 총리가 조전을 보낸 일이 있으나 그때는「사회당위원장」자격임을 강조했었다.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일본외무성대변인의 설명대로 일본총리가 대북 전문을 보낸 것은『사상 유례없는 일』이다.그는 이어『일본측은 이것이 관계 정상화 회담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매우 적극적인 대 화 제의를 실어보냈다.외상에 이어 총리까지 나서 수교회담을 하자고 요청한셈이다. 북한측 자세도 적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지난달 14일 북한 외교부대변인은『더 이상 회담에 장애를 조성할 구실이 없어졌다』며 거의 노골적으로 北-日 수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이를받아 노동신문도 19일 논평을 통해『수교회담에는 그 어 떤 전제조건도 없으며 공은 일본측에 넘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91년초부터 여덟차례나 계속된 北-日 수교회담이 92년 11월이후 중단된 것은 표면적으로 김현희(金賢姬)의 일본어 선생인이은혜 납치문제다.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측의 속도 조절도 北-日수교의 뒷다리를 잡아왔다.
북한 역시 대일(對日)협상이 벽에 부닥치면서 서방으로 나가는첫단추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깨달았다.북한은 대일 교섭은뒤로 미루고 대미(對美)협상에 매달려 왔으며 이런 전략은 어느정도 성공한 셈이다.
4월이면 미국과 연락사무소를 교환한다.제한적이지만 경제제재도완화되고 있고 미국기업들도 북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일본으로선 이제 더 이상 느긋하게 있을 수 없게 됐다.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후반기에도 한차례 접근을 시도했지만 배상 금 액수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물밑으로 가라앉았었다.
지난해 6월 노동당비서 황장엽(黃長燁)은 방북한 사회당의 와타나베 가조(渡邊嘉藏)총무부장에게『조건없는 北-日수교』를 촉구한후 12월에는 일본의 3당대표단이 방북(訪北)하기로 하는등 분위기가 익어갔다.
그러나 일본정부가「해방이후 부분도 사죄하고 배상하겠다」는 3당공동선언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이것은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북한은 일본 의원대표단 방북을 거부하고 연일 위안부문제,일본의 안보리 진출문제등을 들어 배상을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비밀접촉은 계속됐다.북한당국은 비밀접촉설에 펄쩍 뛰었지만 일본 외무성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이 방식이 한국 견제를 피하는 유효한 방법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이번 무라야마총리의 답전은 이런 물밑 접촉이 상당히 진전됐다 는 시사로 볼수 있다.北-日관계는 수교를 향한 궤도에 올라선 셈이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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