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기상예보의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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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베이징(北京)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한달 후 미국 뉴욕주에 폭풍우를 몰아온다』고 한다.나비의 날갯짓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북미(北美)대륙에서 폭풍우로 변하는 과정은 카오스(혼돈)의 동학(動學)이다.합리적 유추가 통하지 않는다.
현대 기상과학의 대들보는 기상위성이다.기상 기구(氣球)와 항공기,지상및 항해상의 선박과 부표(浮標)등에 의한 각종 관측이여기에 곁들인다.기상위성은 구름사진을 제공할 뿐 예측에 긴요한풍속이나 온도.습도등 양적(量的) 데이터를 주 지 못한다.환자의 상태를 겉으로만 파악하는 것과 같다.
60년대 이후 미국의 기상예보에서 위성에 의존하지 않는「非위성관측」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저기술」의 무인(無人)원격조종장치들이 더 유용한 정보를 물어온다고 한다.우주시대에 기상과학은 도로 뒷걸음치는 아이러니다.
『기상대에 날씨를 물으면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다』는 왕년의 우스개도 일리(一理)가 있다.「직관적 느낌」이 때로는 적중한다.일기예보의 효용은 하루 이틀,길어야 3일이며 그 이상의중장기 예보는 어차피 「모험」이라고 기상과학계는 실토한다.그렇다고「타월을 던질 수」는 없다.
미국 기상청은 이달(2월)부터 매 3개월후및 향후 1년이상까지의 기상을 정기적으로 예보하는 「대모험」을 시작했다.지구상의기상재해에 대한 일종의「조기경보(早期警報)」체제다.지구는 도처에 기상 이변(異變)이다.
유럽이 폭우에 잠기고,미국 서부는 겨울장마가 극성이다.미국 동부지역이 이상난동인가 하면,한국의 중부이남은 극심한 겨울가뭄이다.2년만에 되돌아온 「엘니뇨」(태평양 이상난류현상)에 그 혐의가 돌아간다.근년의 방글라데시 대홍수,중국및 아프리카의 가뭄,인도의 콜레라등도 이 엘니뇨가 원인(遠因)이라고 한다.엘니뇨는 한번 오면 1년이상 지속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제 그 영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미국 기상청은 여기서 용기를 얻어 1년이후 주요지역별 기온및 강우 량도 내다보는 장기예보체제에 들어갔다.물론 3개월단위로 예보는 경신된다.
엘니뇨의 글로벌(지구적)현상과 개별국가및 지역의 기상이변과의인과관계는 지금도 묘연하다.다만 지구적 기상이변을 모두가 자기의 일로 주시하고 공동의 관심과 대응으로 이에 대비하자는 뜻에서의 예보의「세계화」다.일반인들에게 변덕날씨는 짜증과 저주의 대상이지만 기상과학도들에게 이 이상 가슴설레는 프런티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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