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쥐 세포 이식 … 죽은 쥐 심장 되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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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에서 죽은 쥐의 심장에 새 심장 세포를 이식해 심장을 되살리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미 미네소타대 심혈관치료센터 연구팀은 죽은 쥐에게서 심장을 꺼내 강력한 세제로 세포를 씻어냈다. 그러자 흰색 단백질로 이뤄진 장기의 기본구조만 남았다. 여기에 갓 태어난 다른 쥐의 심장세포를 주입한 뒤 실험실에서 이를 배양했다. 다른 쥐의 세포가 이식된 심장은 잘 자랄 수 있도록 영양액 속에 담가졌다. 놀랍게도 4일 만에 근육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8일째 인공 박동기를 이용해 죽은 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살아난 심장의 세포 조직을 현미경으로 검사한 결과 제대로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심장 조직의 일부를 재생시킨 경우는 있었지만 장기 전체를 되살린 것은 처음이다. 특정 장기에서 세포를 없애고 단백질 골격만을 남기는 ‘세포제거술(decellularization)’은 심장판막·혈관 조직 등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돼 왔던 기술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13일 발간된 영국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돼지 심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쥐 실험 결과만 공개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사람에게도 성공하면 자기 세포로 배양했을 때 거부반응이 없는 심장·간·폐 등 인간의 각종 장기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때문에 장기를 이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자신의 세포로 장기 조직을 바꾸게 되면 이 같은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2200만 명이 심장병을 앓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5만 명 이상이 심장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발표한 미네소타대 연구팀을 비롯,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최소 10년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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