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가이아의 復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93년 스위스에서 「SOS클리마」캠페인을 벌였다.지구 온난화(溫暖化)가 알프스의 자연환경에 미칠 파멸적 영향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SOS클리마의 시나리오는 이렇다.지구 온난화로 알프스지방의 기온이 섭씨 2~3도 높아진다.
겨울에 눈 대신 비가 많이 오며 적설량도 줄어든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알프스 산중(山中)호수들이다.빙하기에 형성된 이 호수들은 천연의 동토 (凍土)제방으로 둘러쳐져 있다.기온이 높아져 제방이 녹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내려 북부 저지(低地)에 대홍수가 일어난다.
최근 유럽을 휩쓴 대홍수는 1백년만의 폭우,그리고 알프스산맥의 눈이 예년에 비해 일찍 녹기 시작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이 지역은 최근 겨울마다 홍수가 일어나고 있다.WWF가 경고한 시나리오와 아주 흡사하다.
온실의 유리지붕은 외부에서 오는 태양광은 투과(透過)하지만 내부로부터의 적외선에 의한 열방사(熱放射)는 흡수한다.이같은 효과는 대기층(大氣層)에서도 일어난다.수증기나 가스가 대기층을덮고 있으면 낮밤의 온도차가 작고 지표면에 높은 기온대가 형성된다.바로 온실효과다.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요인엔 수증기 외에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프론 등이 있다.이중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이 이산화탄소로 지구 온난화에 55%이상 기여하고 있다.현재 세계는 매년 약 2백억t의 이 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2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10년마다 섭씨 0.18도씩상승하고 있다.21세기에 들어가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빨라져 오는 2025년엔 지금보다 1도나 높아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양극(兩極)지방의 빙산이 녹기 시작하고 비가 많아 져 해면수위(海面水位)가 상승,2030년엔 지금보다 약 20㎝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행한『기후의 시한폭탄』은 지구온난화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해면수위 상승으로 태평양의 거의 모든 섬들이 바닷물에 잠길 것이며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滅種)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유럽을 휩쓴 대홍수는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더 큰 재앙의 서곡(序曲)처럼 보인다.대지(大地)의 여신 가이아는 마침내 복수를 시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