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 나도 50점 힘들어 … 쉽게 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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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와 고려대의 정시 논술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입제도가 자율화하면 논술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도 있다.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입이 자율화되더라도 논술 문제가 1970년대식 본고사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본지는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2008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 논술 시험을 분석해 봤다. 대체로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새로운 유형이 일부 등장해 답안 작성이 쉽지 않았다”는 평이었다. 분석에는 본지 공교육논술평가단 20명 중 15명(인문계 9명, 자연계 6명)이 참여했다. 교직 경력 평균 18년이 넘는 논술 전문 교사들이다.

 ◆"너무 어렵다”=자연계 논술이 어려웠다는 교사들이 많았다. 자연계 A교사는 “전공 분야 말고는 답안 작성에 자신이 없다”며 “(내가) 수험생이라면 논술 안 보는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호성(화학) 영동고 교사는 “일반계고에서 논술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의 관심과 노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송국현(국어) 명덕외고 교사는 “대입 논술이 어렵지만 그래도 학교 교육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다”며 “대학이 자율성과 함께 고교 공교육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본인이 논술을 치른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자연계 교사 절반이 ‘50점 이하’라고 평가했다. 전공 교과에 전념한 교사 입장에서 타 교과까지 아우르는 통합논술을 다루긴 오히려 수험생보다 쉽지 않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너무 어렵다는 의미다.

 ◆“자율화 입시 방안 빨리 확정해 달라”=자연계 논술에서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전 영역에 걸쳐 심화 내용을 통합하고 ^수리 논술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신동원(지학) 휘문고 교사는 “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과학II 전 과목을 지도해야 할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문계 논술은 ▶수리·통계적 요소의 강조 ^다문항 세트형 문제(하나의 주제에 대해 소논제로 나눠 묻는 방식)가 정착되는 추세를 보였다. 질문이 구체적이어서 답이 명확해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병욱(국어) 인창고 교사는 “인문계 논술에서 문학·역사·철학의 제시문보다 도표 해석과 시사적 적용력을 묻는 문제가 많았다”며 “채점이 보다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진관 부산개금고 교사는 “지금의 논술은 변별적 기능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수리 논술’ 등이 다시 등장했다”며 “논술 고유의 성격에서 많이 달라져 본고사 논란까지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노필 기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 평가단

▶인문계=김형섭(철학·천안북일여고) 김혜남(영어·문일고) 서진관(윤리·부산 개금고) 송국현(국어·명덕외고) 윤상철(윤리·경희여고) 이봉형(국어·광주풍암고) 임근수(국어·한국교원대부설고) 임병욱(국어·인창고) 정회상(사회·울산 애니원고) 주영준(국어·춘천고) 최균성(국어·누원고) 홍장학(국어·동성고)

▶자연계=김호성(화학·영동고) 류형근(지학·한성과학고) 신동원(지학·휘문고) 양성기(수학·광주풍암고) 옥준석(화학·서울과학고) 윤석철(수학·동북고) 이종복(물리·김천고) 이효근(공통과학·보인고)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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