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서 "뇌물의 경제학"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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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가 세계화되면 될수록 부패가 보다 더 심각해지는 양상을 띠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길은 없는가.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경제포럼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은「뇌물의 경제학」이라는 토론회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토론회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회의장엔 입추의 여지가 없는 방청객과 취재진이 몰려들어 『뇌물을 주면 빨리 들어갈수 있을까』라는 농담이 기자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였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탈리아의 국민적 영웅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前검사는『집에서는 좋은 아버지일지라도 집밖에 나서는 순간 어렵지않게 범법자로 변하게 될 정도로 부패가 일상화돼있다』며 부패 척결을 위한 국제기구의 창설이 시급함을 주장했 다.
이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모이시스 나임 선임연구원은 부패발생을 연원에 따라 부패가▲조직화된 범죄집단▲정치적 외압▲이익추구를 존재 이유로 삼는 비즈니스 본래의 생리▲기업간의 경쟁에서비롯된다고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나임연구원은 90년대 중반에 들어 부패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민주화로 행정의 투명성이 전에 없이 높아져 그간 일상적으로 자행되던 부패가 쉽게 눈에 띄게 되었고▲민영화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됨에 따라 국유기 업을 민영화할때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잡음이 크게 부각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칼라 델 폰테 스위스 법무부장관(여)은 돈세탁을 방지하기위해서는 스위스의 입법례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검은 돈의 집산지」라는 불명예를 떨치기 위해 스위스정부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설명했다.
또 하버드大 마셜 골드먼 러시아연구소장은 『80%의 러시아 사기업과 금융기관이 마피아의 손아귀에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있을 정도라며 『러시아인들은 이제 정부보다「올바른 보호자」 노릇을 해줄 수 있는 마피아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러시아군에 대한 체첸의 저항이 그토록 거셀수 있었던 것도 그곳이 마피아 무기거래 중심지의 하나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덧붙였다.
반면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한 사업가는 『나의 조국 가나는 부패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부패는 지도계층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선진국의 묵시적.명시적 지원아래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패의 국제적 확산에 대 한 선진국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을 반영이라도 하듯 다보스 회의 참석자들은31일 폐막을 앞두고 『경제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창설,기업의 윤리장전을 만드는 것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패와의 전쟁」을 벌일 것을 선언했다.
[다보스=趙顯旭.朴長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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